올 들어 정부 및 관련 기관이 북한 IT분야의 접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TTA는 남북한 간 IT분야의 표준 교류를 추진하고 있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정보통신북한연구센터를 설치했고 남북한 우편 및 전기통신 합의서를 연내 체결하도록 추진하는 것을 2004년도 주요 업무 목표로 수립했다.
그러나 우리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법규의 정비하는 동안 독일인 사업가 얀 홀터만씨가 북한에서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망을 구축했고 이에 앞서 태국의 룩스리(Loxely)와 북한이 합작한 NEAT&T는 나선에 이어 평양에서 GSM 방식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 기업들은 북한 통신시장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 지역의 통신망 구축을 가장 필요로 하고 가장 관심을 갖는 남한지역의 사업자들 입장은 사면초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먼저 남한의 대규모 통신사업자들이 북한 시장 진출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북측의 반응이 냉담하다. 국내 기업이 북한에 통신 분야 투자의향을 갖고 접근했으나, 북한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남한의 자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많은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둘째 남한의 통신사업자들이 북한에 대규모 투자할 여력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현재 유무선 및 데이터 통신 거의 전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은 대규모의 투자보다는 적은 범위에서 소규모로 투자하는 시범 사업 정도의 투자를 하고 있기에 남한의 기업이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수익성이 예상되어야 할 것이며 북한에서의 통신사업은 이를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잠재적인 가입자의 욕구가 너무 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북한지역에 통신망을 연결하고 남북한 간 통신을 소통시킨다면 가장 큰 잠재고객은 IT분야에 종사하는 기업 및 개인이 될 것이다. 물론 실향민들의 수요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이지만 이들의 수요는 대부분 음성 트래픽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IT분야의 기업, 개인은 데이터, 영상 위주의 광대역 통신을 요구할 것이고, 이를 수용해 주기 위해서는 최신의 통신설비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지역에 대한 통신사업의 경제성을 더 악화시키게 되고, 북한지역에서의 통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없는 것 또한 국내 기업이 북한지역에 진출을 서두르지 못하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사업이 민영화되고 시장이 개방되면서 국내 정보통신 분야의 정책방향도 공정경쟁을 위한 환경조성에 그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정경쟁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분야에서 그 의미가 있다. 북한지역에서의 통신사업은 향후 본격적인 사업추진 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수익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통신 분야의 기술이 1년이 멀다하고 바뀌고, 매년 새로운 서비스와 장비가 등장하여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로 하는 현실에서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정책 당국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북한 통신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 계획과 지원방안을 수립하여야 한다. 통신산업이 민영화되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어렵다면 사업자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하거나 북한지역에 투자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세금감면, 장기저리의 융자, 일정기간 이상의 독점적 사업권 보장 같은 간접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관련 법규의 유동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현재 남북 간 가장 활발하게 교류를 추진하고 있고 또 성사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가 IT분야이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미래가 IT분야의 발전에 있기 때문이다. 통신망의 연결 없는 IT교류는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을 남북 모두가 잘 알고 있고 이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이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남북한 당국은 물론 통신사업자와 남북한 IT교류를 추진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행동할 때다. <김주진 (KT 기술연구소 기술정책연구실장)chaoskjj@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