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에서 사람들이 묘목을 심고 있는 장면을 보았다. 몇 십 년 후의 커다란 나무와 울창한 숲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여서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면서 ‘벤처 사업을 키우는 것과 참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당장은 보잘 것 없지만 풍성한 미래를 기대하며 묘목을 심는 것과, 당장은 어렵고 힘들지만 벤처사업을 가꾸어 미래의 산업을 준비하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노력과 정열을 바쳐 개발한 벤처인들의 사업이 결실도 보기 전에 무너져 가는 것을 필자는 직·간접적으로 보아왔다. 그러한 기업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쓰러운 것은 조금만 더 일찍 주변의 기업들과 힘을 합쳐 함께 헤쳐 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못 했을까 하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는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았던 것 같다. 너무 좁은 시야로 자신의 묘목을 심는 데만 집중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심어진 작은 묘목이 큰 나무로 자라서 아름다운 숲을 만들려면 옆에 무슨 나무가 심어져 있고 뒤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살피고 어떻게 조화를 맞추어 나갈 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했던 것이 지금 벤처인들이 처한 어려움의 원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얼마 전 당사에서 제작해 어린이에게서 많은 인기를 끌었던 ‘탑블레이드’의 경우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당사의 제품이 상품 경쟁력이 뛰어나 그러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물론 기술 및 제품 경쟁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탑블레이드’라는 공통적인 소재 아래 국내외 애니메이션 업체 그리고 국내외 완구업체들 간의 상호 협조체제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인해 더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기억된다. 완구뿐만 아니라, 캐릭터·PC게임 등 탑블레이드 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접근 또한 많은 상승효과를 가져왔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원소스 멀티유스(One-Source Multi-Use), 시장 다각화, 업종간 제휴 등은 대기업보다는 벤처산업 분야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벤처사업은 넉넉한 자본과 충분한 인력을 가지고 하는 사업이 아닐 것이다. 한정된 자원을 갖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공간과 분야에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여기서 효율이라 함은 개발한 기술이 여러 분야에 적용되도록 용도를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서는 업체간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한 회사가 부담해 단판 승부를 거는 올인 전략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서로 잘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 최고의 제품 경쟁력,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며 적절하게 위험을 회피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상품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특정부분의 기술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최종 소비자를 고려한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서 쓰러지고마는 시행착오를 극복할 수 있다.
필자는 요즘 완구사업을 기술 집약적인 반도체개발 사업과 연계해 신개념의 작동 완구와 전자식 교재, 첨단완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서 이를 기회로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많은 자본을 투입해 개발된 벤처기업의 반도체 칩 등이 그 수요를 찾지 못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업종간 제휴를 통해 개발 기술의 용도를 다양화하고 시장을 다각화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벤처인들이 묘목을 정성스레 돌보며 주위를 한 번 더 돌아본다면 우리 벤처의 묘목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아름드리 나무로 커갈 수 있을 것이며, 정부 또한 이러한 벤처기업에 대한 상호 교류의 장을 더 넓혀주어야 한다. 벤처 기업인들의 건전한 정신과 정부의 믿음이 있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우리가 심은 작은 묘목처럼 대한민국에서 아름드리 나무로 자라나 울창하고 푸른 숲을 이루는 벤처 기업들을 보기를 바란다.
<최신규 손오공 사장 sonokong@sonok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