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겪는 와중에 주식에 처음 손을 대 지금까지 큰 돈을 날렸다. 강남의 중형 아파트 한채 값을 주식시장에서 잃었으니 가히 패가망신한 꼴이나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주식 거래를 하는 일반 투자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가슴에 담아 왔던 쓴 소리를 좀 해야겠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처럼 부침이 많은 곳도 없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뉴스로 주식이 연일 상승하고 갑자기 급락해 버린다. 정보원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네 일반 투자자는 꼭지에서 잡아 20∼30% 손실 보는 것이 부지기수다.
2002년 이후 공정공시제를 신설해 모든 이에게 정보가 공개되는 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당국의 의지는 한낮 ‘봉사에게 선글라스 끼워 준 격’밖에 안된다. 정보는 공개되지만 이전에 이미 시장에 반영돼 버린다. 사전에 알아 주가를 올리고 이익을 챙기는 부류들이 있다는 얘기다. 소위 ‘작전주’에 대한 당국의 허술한 경비(?)도 문제다. 이미 감리종목으로 지정할 때쯤 되면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있다. 허위 매수·매도 등이 난무하지만 적발돼 뉴스에 나올 때는 이미 1∼2년 전 사건이 대다수다. 사전에 알지 못하더라도 작전이 진행될 때는 알고 단속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많은 돈을 들여 도입한 증권거래소 감시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관들의 투자 행태는 어떤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세계 1위의 LCD업체인 LG필립스LCD가 한·미시장에 동시 상장한 것이 좋은 예다. 국내 기관들은 배정된 공모주조차 매입하지 않고 ‘펑크’를 내버렸다. 이를 보고 한 미국 투자가는 “이렇게 우량한 자국 기업도 안 사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 판이 돼버렸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 없다”라고 했단다. 기관이 기관 역할을 못하는 시장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매수 추천은 해댄다. 그리고 주가가 빠지면 슬그머니 매도 의견을 낸다. 원칙이 없고 자신들 스스로 판단한 주가 가치조차도 외부 요인과 타협해 버린다. 자국 기관들이 팔아넘기는 주식시장이 오를 수 있겠는가. 기관이 도박장에서 눈치만 보는 ‘장사꾼’으로 변절됐다. 그렇다면 기업인들은 어떠한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인이 있는 반면 한탕 해서 종잣 돈 마련하려는 한심한 사장도 너무 흔하게 눈에 띈다. ‘모럴 해저드’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주식시장은 돈을 잃더라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매력이 환상이 돼버려서는 안된다. 매력적이면서 투자 의욕이 넘치는 건강한 시장을 만들기 위해 당국, 기관투자가, 기업들의 역할을 간절히 기대한다.
김정환·서울시 서초구 서초 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