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투자가들의 속내

 약(弱)달러 시대가 현실화됐다. 지난 2002년 이후 약세 기조로 전환된 달러화 가치는 최근 하락 속도가 빨라지며 급기야 지난 95년 5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불어 원달러 환율도 급락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채산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환율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재정경제부 수장이 돈을 더 찍어서라도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치는 등 ‘비상 시국’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원화 강세’가 아닌 ‘달러 약세’ 관점에서 최근의 현상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속내는 어떠할까.

 지난 주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 아무래도 달러 약세가 적자 투성이인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급격한 가치 하락은 오히려 미국 자산에 대한 매도 압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정부가 달러 약세를 계속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그 속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골탕을 먹는 것은 국내 기업이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IT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확한 환율 예측이 어려워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환율 변동에 따른 부침이 가장 심한 주식시장에서도 불리한 쪽은 우리 투자자들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비달러 자산 매입 차원에서 우리 증시로 외국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외국인은 일주일이 넘도록 IT업종을 집중 매도하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들은 이번 주말 미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관망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여 그 속내를 가늠하기 더욱 힘든 상황이다.

 최근 한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들인 환차익 규모가 2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국내 IT기업과 투자자 모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