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벤처시장 새벽이 밝아온다

을유년 닭띠 해,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새벽이 열렸다.

 지난 계축년 소띠 해의 우리나라 IT 산업을 회고해 본다면 ‘수출은 날고 내수는 기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세계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디지털TV 등 하드웨어에서 게임에 이르기까지 우리 IT제품의 수출은 750억달러로 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IT산업이 국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대돼 수출부문에서 30%라는 경이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경기의 불확실성으로 국민이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는 극도로 침체됐다. 기업의 투자의욕 감퇴와 국민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불황의 악순환이 계속된 한 해였다.

 휴대폰업계는 사상 최고의 행복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 LG전자·팬택계열 등 휴대폰 빅3는 단말기의 해외 수출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이미 시장점유율 13.8%와 7%를 기록해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 등을 제치고 수량과 매출 부문에서 세계 2위와 5위로 각각 뛰어올랐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전년도의 두 배가 넘는 37%의 수출 신장세를 기록하며 대표산업의 자존심을 회복했다고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숙적 일본을 따돌리고 명실공히 세계 1위로 등극했다.

 그러나 수출 효자품목을 제외한 IT서비스 및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솔루션 부문은 내수침체로 혹독한 고통을 겪었다. 기업 수로만 본다면 수출로 재미를 본 대기업보다 내수 부진으로 고통을 겪은 중소 벤처기업이 훨씬 많았다. 내수 위주의 벤처업계가 겪어 온 작년 한 해는 정부 벤처정책과 맞물려 죽음 직전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조류 독감으로 만신창이가 된 양계장에도 새벽이 왔다. 병 든 닭들은 폐사해 사라지고 병마를 이긴 어미 닭과 천진한 햇닭들이 한 목소리로 새벽을 밝혔다.

 정부가 닭 울음소리에 깨어나서 벤처정책을 챙기기 시작했다. 새해 아침 경제 전문가의 경제 살리는 묘법이 방송에서 흘러나온다.

 잘되고 있는 수출은 더욱 늘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수를 진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수출은 민간 기업들에 믿고 맡기면 될 것이다. IT산업을 통한 내수 진작이 가장 현명한 처방일 것이다. 예컨대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내놓은 ‘IT839’에서 제시한 신 성장동력을 산업과 연계해 육성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IT뉴딜 정책도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장을 만드는 일에 무엇보다 힘을 모아야 한다. 민간의 자율적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내수 진작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의 일관된 정책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벤처기업으로 보면 올해는 정말 중요한 해다. 참여정부 이후 불어닥친 불경기 한파와 벤처 찬밥정책으로 인해 2년간 죽을 고생을 하지 않았나.

 을유년 닭의 울음소리와 함께 벤처시장에도 새벽이 밝아 왔다.

 벤처인들이 빨리 새벽시장으로 달려가야 할 시간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화 투사시절에 남긴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벤처기업확인제도 강화, 벤처캐피털의 투명성 제고, 코스닥 시장의 퇴출요건 강화 등은 독재 정권이 닭의 목을 비틀었던 짓과는 거리가 있다. 소띠해가 저물어 가는 세밑에 출산한 벤처활성화 종합대책과 함께 우리 벤처시장은 닭띠 해 새벽을 맞지 않았나. 우리 벤처기업은 정부 정책에만 매달리기 전에 경쟁력 강화에 매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올해는 특히 ‘디지털컨버전스’가 IT업계의 화두가 될 것이다. 기술진화의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슬기롭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기술, 디자인, 마케팅 그리고 인재 양성 등에 한 치의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벤처지원포럼 회장) oh@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