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씨. 아르바이트생이에요?”
12일 저녁 5시 반. 용산전자상가 이동통신 판매점 밀집지역내 한 가게에 들어가 이것저것을 묻다가 기자임을 밝히자 대뜸 이런 말이 되돌아왔다. 흥이 오르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아르바이트생? 얘기인 즉슨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지를 조사해 이를 신고하는 정통부 통신위 고용 아르바이트가 아니냐는 것.
“특히 작년 12월 아르바이트생들이 기승을 부렸어요. 매장에 와 ‘진상(끈질기게 이득을 챙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속어)’ 손님처럼 가격을 깎고는 가서 신고하는 거죠. 걸리면 벌금이 500만원, 영업정지 당해요.” 40여개 판매점이 밀집한 골목에서만 3분의 1, 10곳이 넘는 매장이 지난 12월 이 아르바이트생한테 ‘당했다’고 푸념한다. “사실 여기 오는 사람들이 어디 제 값주고 사려는 사람입니까. 장사도 안되는데 눈 뜨고 당하는 거죠.”
(통신위에 확인결과 이 아르바이트생은 통신위 고용이 아니라 이동통신 3사가 제3의 중립기관인 통신사업자연합회를 통해 용역을 준 시장감시단으로 확인됐다. 양동모 조사1과장은 “이통사들이 자체적으로 보조금지급 감시를 강화하면서 첫 회 적발시 500만원, 두번째 1000만원, 세번째는 전산정지를 내리는 강력대응을 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의 싸늘한 경계의 눈초리만큼 판매점이 몰린 골목도 썰렁했다. 명함을 건네고 “익명으로 처리할 테니 이름을 알려달라”고 해도 한사코 안된다며 버텼다. “번호이동 첫 달이면 사람들 꽤나 몰릴텐데…. 나름대로 대박 아니에요?” “대박 그런 거 없어요.” “아니 그래도 이통사 대리점에서 리베이트도 주고, 단말기 회사들이 재고소진할라고 지원금도 주니까. 페이백(단말기 할인) 좀 해주면 사람들 많이 몰리지 않으려나?” “단말기 하나당 만원 남겨야 많이 남기는 거에요. 하루 20만원은 남아야 장사가 되는데, 해봐야 4만∼5만원이에요.”
다른 매장으로 들어갔다. LG텔레콤을 쓰다가 번호이동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5만∼6만원짜리 단말기를 권한다. KTF로 가려면 11만 화소 64화음 멜로디 카메라폰(LG-SD230모델)을 6만원에 사고 가입비 3만원을 포함해 9만원이면 되고, SK텔레콤으로 가려면 31만 화소 64화음 멜로디 카메라폰(SK텔레텍 IM6400모델)을 7만원에 사고 가입비 5만 5000원을 포함해 12만 5000원에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단말기 하나당 10만원 안팎의 페이백이 이뤄지는 셈이다. 전화번호와 이름을 불러달라고 하더니 “LG텔레콤에서 포인트를 활용해 단말기만 바꾸는게 훨씬 싸다”며 “30만 화소 40화음 멜로디 폰(LG-LP1900 모델)을 가입비 없이 3만원으로 바꾸고 요금제도 유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좀 더 많은 10만원 이상의 페이백이 적용됐다.
대리점으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를 특정 단말기에 몰아 저렴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기기변경이 아니라 LGT에서 탈퇴한 뒤 같은 번호로 재가입하면서 폰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조건은 괜찮았지만 30분여 목좋은 매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 다른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번호이동이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매장은 썰렁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매장직원은 “그래도 용산이나 테크노마트는 나은 편”이라며 “김포공항 스카이시티는 3분의 2, 동대문 휴대폰 매장은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무선랜+이동전화 겸용 PDA단말기나 DMB같은 신규 첨단 단말기에 대한 수요가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DMB나 그런 새 단말기 찾는 사람은 얼마나 돼요?” “DMB요? 그게 뭔데요.” “왜 있잖아요. 이제 막 서비스 시작하는 거. 휴대폰으로 TV보는 거요.” “아 옛날에 팬택에서 나온 거요? 그거 별로 찾는 사람 없어요.” DMB가 아니라 TV튜너가 탑재된 TV폰 얘기다. 다른 매장에서도 “DMB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새 해가 졌고, 바람은 더 쌀쌀해졌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