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봉의 영화사냥]몽정기2

이것도 영화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영화다. 각본도 있고 필름으로 촬영해서 극장 개봉도 하니까 분명히 영화다. 그러나 나는 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이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한국 영화가 조금 잘된다고 이렇게 막나가서는 안된다. 정초신 감독의 ‘몽정기2’는 얄팍한 상업적 속셈이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위대하게 보여준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들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을 재치 있게 풀어간 ‘몽정기’에는 그래도 싱싱함이 묻어 있었다. 성에 대해서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러나 알고 싶은 것은 무한정 많은 사춘기 시절,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좌충우돌은 우리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잊어버렸던 성장기의 우리 모습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인이 돼가는 데 특히 성처럼 금기의 영역 속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몽정기2’는 전편의 상업적 성공을 과신한 잘못된 속편이다. 무대를 여고 교실로 옮기고 왕성한 성적 호기심의 주체를 여고생으로 설정한 ‘몽정기2’에는 교생 봉구(이지훈 분)에게 필이 꽂힌 여학생들의 좌충우돌을 그리고 있다. 학생 신분이지만 이미 모델로, 탤런트로 활동하는 연예인 학생 백세미(신주아 분)와 가슴 등 성장발육은 미숙해서 여중생 같지만 교생 봉구에게 반해서 그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는 오성은(강은비 분) 그리고 오성은의 단짝 친구들로 방수연(전혜빈 분)과 김미숙(박슬기 분)이 등장해서 함께 머리를 모아 작전을 짠다.

‘몽정기2’가 비릿한 정액 냄새처럼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이유는 건강한 성이 아니라 썩어가는 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이에 콘돔을 씌우는 장면이라든가, 야한 동영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 남자들의 자위행위에 대한 호기심 등 성적 장치들이 무수히 등장하는 이 영화는 그러나 에피소드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드라마는 없다. 잘 생긴 총각 교생 봉구를 쫒아다니는 여학생들은 마치 여름날 밤의 등불 주위로 몰려드는 하루살이떼에 불과하게 묘사돼 있다.

‘몽정기2’가 실패한 이유는 전편의 상업적 성공이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담론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자의 은밀한 곳을 지칭하는 특정 단어만 들으면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일어나는 석구의 모습은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우리에게 순수한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몽정기2’의 여학생들은 사실감 없는 에피소드들에 목숨을 건다. 그것은 이 영화의 소재 자체가 피상적으로 채집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여학생들에게서 들은 풍월로만 영화를 제작할 때 리얼리티가 얼마나 형편없이 떨어지는 가를 알 수 있다.

정초신 감독은 사춘기 여학생들의 성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했어야만 했다. 그는 주변에서 채집한 에피소드들을 얼기설기 짜 맞추면 한 편의 영화가 될 거라고 믿은 것 같다. 그렇다면 감독이라는 직업은 정말 손쉬운 직업이다. 영화는 장인의식 없이 만들 수 있는 손쉬운 장르에 불과하다.

‘몽정기2’는 한국 영화가 이렇게 제작돼서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반면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다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지 말자.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