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이미 시작된 20년 후

 ◆이미 시작된 20년후 피터 슈워츠 지음. 우태정·이주명 옮김. 필맥 펴냄.

 인류는 역사적으로 두 차례 대변혁을 경험했다. 원시 수렵사회에서 농업기반 문명사회로의 전환이 첫번째였다면 두 번째 대변혁은 활판 인쇄술의 등장으로 인한 산업혁명이 꼽힌다.

 지금 인류는 세 번째 대변혁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윤리논쟁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은 혁명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에너지와 우주과학 기술도 대변혁의 동인으로 한몫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의 의미가 축소되고 세계가 더욱 더 통합됨에 따라 정치적, 경제적 변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지구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적인 재난의 징조도 잇따르는 등 이전 두 차례의 변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책은 미래학자인 피터 슈워츠가 앞으로 20여 년 간 펼쳐질 변화를 예측해 설명해주고 있다. 슈워츠는 자신이 설립한 글로벌비즈니스네트워크(GBN)의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활용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피할 수 없는 놀랄 일들’이 어떤 것인지를 예측해 본 결과를 담았다.

 저자는 앞으로 20여 년 간의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패턴으로 급작스럽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예상되는 변화 가운데 과연 어떤 것이 실현되고 어떤 것이 예측에 그칠지는 모든 이의 관심거리자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인간의 수명이 빠른 속도로 연장되면서 도래할 고령사회는 인간의 정체성과 능력, 사회의 모습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꿀 것이라고 예견한다. 부유한 70, 80대 노인은 40대와 분간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반복되는 이혼과 재혼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가족형태가 생기고 확산될 것이라고 한다. 또 기업들은 경험이 풍부하고 판단력과 유연성이 뛰어나면서도 복지비용은 덜 드는 노인을 점점 더 많이 고용하게 될 것이다.

 또 그렇게 변화된 세상에서는 많은 사람이 아예 은퇴라는 것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직업을 바꾸고 스스로 재교육하고 생산활동을 계속할 것(56쪽)이라고 설파한다.

 중국인들의 확산과 미국에서의 아시아계 및 중남미계의 이주 증가도 두드러질 것이다. 이 같은 인구 이동은 새로운 방식으로 인류를 분열시키거나 통합시키면서 전세계에 사회문화 변화를 초래한다. 더는 순수한 영어를 쓰지 않는 미국인들, 이슬람인 이주자가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긴장이 크게 고조된 유럽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테러 또한 계속될 것이 분명하며 독자적으로 개발한 무기를 이용해 과학기술 문명을 무너뜨리는 환경주의 테러리스트들의 파상공격도 예상해볼 수 있다(203쪽).

 저자는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반가운 의견을 내놓는다. 닷컴거품 붕괴 이후 금융시장이 크게 불안해지면서 경기침체 양상이 지속돼 왔지만 최근 경기침체는 그전 시작된 40년 주기의 장기호황 추세 속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단기현상이라고 말한다. 즉 생산성 증대와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시장의 확대, 인프라의 혁신 등 호황의 요소는 아직 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호황의 시기는 다시 온다는 것이다(110쪽).

 이 밖에도 저자는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이 불량배 슈퍼파워 미국의 횡포를 견제할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GE와 하니웰의 합병을 반대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유럽에 대한 미국 정부와 기업의 영향력을 억제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점 규제’와 같은 정교한 연성권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다.

 결국 불확실성이 커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가 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대한 예측은 경제적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더욱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다가올 미래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가 국가나 기업, 개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저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는 미래 벌어질 일들의 징조를 간파하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능력을 기르기를 조언한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