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형 노래반주기 내장 마이크 제조 기업인 엔터기술과 냉동공조 전문 기업 대영E&B. 엔터기술은 휴대형 노래반주기로 세계 시장 75% 가량을 점유, 3500만달러(2003년 기준)의 외화를 벌어들였고 대영E&B는 200만달러로 향후 3년 내 세계 톱 5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정부로부터 각각 ‘세계일류상품’ ‘차세대 일류상품’ 제조 업체로 선정됐다. 국내 중소기업인 이들이 세계 시장에 우뚝 설 수 있기까지 ‘중단 없던 도전기’를 들어봤다.
◇‘눈앞 실익보다 미래에 몸을 던지다’=엔터기술(대표 이경호)은 지난 98년 반주, 노래, 영상이 모두 가능한 마이크를 개발하고 중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구매력과 문화 패턴이 뒷받침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그러던 중 2000년 일본에서 기회가 왔다. 국내에서 간간이 유통되던 제품을 우연히 본 일본 산요가 구매 제의를 한 것이다. ‘가라오케’ 문화가 있고 구매 능력이 있는 일본이었기에 이번엔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터졌다. 계약 후 2001년 2만대를 첫 공급했는데 납품한 물건에서 국내와 일본의 습도 차이 때문에 불량이 생겼다. 산요에서 직접 검수를 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엔터기술이 책임질 일은 아니었지만 이경호 사장은 전량 리콜을 결정했다. 이렇다 할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손해를 떠안는 결정이었다. 이 사장은 “부담이 컸지만 일본 시장의 미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요는 이 같은 엔터기술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 주문으로 손해 이상을 만회해 줬다. 2001년 첫 선적 물량인 2만대는 이 같은 일이 있은 후 그해 6만대(100억원)로 늘어났으며 2003년까지 19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당해 회사 매출의 49%에 달하는 것이었다.
◇‘포기란 없다, 끝까지 싸운다’=대영E&B(대표 김종민)는 업소용 냉장고 전문 업체다. 하지만 대영E&B가 ‘차세대 일류 상품’ 제조 업체로 도약할 수 있도록 경험을 준 건 전기온풍기였다. 4년 전 김종민 사장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해 온풍기를 들고 일본 전기제품안전인증인 ‘JS마크’를 신청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벽에 부딪혔다. 누전 차단기를 제거한 온풍기에 모포를 두르고 24시간 가동했을 때 화재 여부를 검사하는 시험에서 통과를 못한 것이다. 억울한 건 이 같은 테스트가 일본 내수품에는 적용하지 않던 기준이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포기도 잠시 생각했지만 ‘오기’가 생겨 도전을 계속해 결국 합격을 받았다. 이 같은 모습을 본 일본 JS마크 인증기관의 한 연구원이 회사에 동참하는 일까지 있었다.
김종민 사장은 “3년간 도전하며 기술 개발도 이뤄냈고 얻은 게 많았다”며 “이 일을 계기로 업소용 냉장고와 온풍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일류를 향해…’=김 사장은 “중소기업도 세계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IMF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최근 중소기업들이 어렵다고 하는 건 수출길이 넓어지지 않는 가운데 내수 불황이 찾아와 힘든 시기를 또 다시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대기업이 하지 않는 틈새 시장,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선정한 세계 일류 제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디엠에스, 케이씨텍은 세계 최초로 장비 규모를 기존 대비 3분의 1 이상 축소한 TFT LCD 세정장비로 경쟁국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시장의 51%를 점유하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휴대폰에 장착되는 핵심 부품인 코인형 진동모터도 우리나라가 91%를 차지하고 있다.
이경호 엔터기술 사장은 “중소기업이지만 특화된 경쟁력을 갖추면 승산이 있다”며 “최근 파나소닉 등 대형 가전사들이 우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두렵지 않다. 10년 동안 다져온 우리만의 경쟁력으로 당당한 세계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