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좁혀지는 한-중 기술격차

한국과 중국 간 기술격차가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더욱이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전자 분야의 기술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니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기술수준이 국가경쟁력의 요체고 일등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기술경쟁의 시대에 우리를 추격하는 국가와 기술격차를 벌리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면 국가경쟁력에 빨간 신호가 켜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산업자원부가 전국 584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제조업의 업종별 및 지역별 기술수준과 개발동향’ 보고서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기술은 세계 최고의 80% 수준이며,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기술향상이 거의 없는 제자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벌어진 것이 아니라 반도체와 전자 분야의 경우 업종 평균치인 4년보다 낮은 3년 반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취약한 기술은 소재 관련 분야와 설계기술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리의 연구개발비는 138억달러로 세계 7위에 올랐지만 2위인 일본의 1279억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보다 기술이 뒤진 중국은 오히려 18억달러 많은 156억달러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해 세계 6위에 올랐다. 중국이 우리보다 연구개발비를 더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와의 기술격차가 차츰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반가운 일은 세계 반도체 매출 중 삼성전자가 151억달러로 6.7%를 차지해 2위를 기록했고, D램은 한국 업체들이 세계 총매출의 45.2%를 점유하며 1위를 지킨 점이다. 우리 업체들의 TFT LCD 출하 역시 5668만개로 전세계 출하의 41.7%로 1위에 올랐다고 한다. 이런 쾌거는 우리가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제품의 품질향상에 주력한 결과다.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남보다 앞서거나 아니면 원천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하면 지식산업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설령 우리가 수출을 크게 늘려도 원천기술을 가친 기업의 배만 불릴 뿐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매년 수출을 늘리지 않으면 기업과 국가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근래 우리의 일류 상품은 줄어들고 있지만 중국의 일류 상품은 증가하는 추세다. 일류 상품의 잣대는 기술개발과 제품의 품질,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수출이 우리나라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우리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일류 상품 육성이나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조업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력 향상 없이는 경제 활성화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와 기업이 올해 경제살리기에 올인 하겠다고 나선 지금 정부와 기업은 연구개발비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가장 취약한 기초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대폭 늘리고 산·학·연 연계를 강화해 제조업의 기술수준을 크게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만약 우리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일류 상품은 계속 줄어들 것이고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는 곧 국가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세계 경제의 개방화와 글로벌화에 대비해 제조업 기술력 향상과 신기술 선점 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