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확보전 "해도 너무한다"

경품에 영업대리점 통해 위약금도 대납

“기존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하면 위약금을 8만원까지 현금 보상해 드리고 모뎀도 무료로 드립니다.”

“초고속인터넷을 바꾸면 태국 여행권 또는 백화점상품권을 드립니다.”

“3년 약정 계약하면 약 30만원 상당의 컴퓨터모니터 또는 디지털복합기를 드립니다.”

최근 아파트, 연립주택 등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단지 내용이다.

KT, 하나로텔레콤(두루넷),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데이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걸면서 가입자에 내건 조건이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통신위에서는 마케팅 과열을 우려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해 쉽게 수그러들 기세가 아니다.

◇현황= 마케팅은 대부분 각 사업자가 아닌 영업대리점(에이전트)을 통해 이뤄진다. 사업자가 직접적으로 위약금을 대납하면 통신위 징계(벌금)를 받기 때문. 사업자들은 영업대리점에 충분한 수수료를 보장하고 이들 대리점을 통해 각종 경품과 위약금을 대납한다.

한 사업자의 유통을 담당하는 L실장은 “올 들어 웃돈을 줄 테니 자사의 영업을 대신해달라는 제안을 수차례 받아 갈등한 적이 있다”라며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로부터의 수수료도 큰 폭으로 늘어 영업에 필요한 총알은 넉넉한 편”이라고 말했다.

◇배경= 이같은 ‘초고속인터넷 유통전쟁’은 특히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양강 구도를 고착화하려는 가운데 이 구도를 깨려는 SO와 데이콤의 공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데이콤의 광랜(LAN)은 아파트 시장에서 크게 선전해 KT와 하나로텔레콤이 바짝 긴장했다. 또 SO들이 지난 1월 유일하게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다고 파악돼 저가의 케이블TV 시청료(월당 3000원까지 가능)를 무기로 한 SO도 올해까지 돌풍을 지속하고 있다.

KT의 관계자는 “데이콤의 광랜은 올 1분기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화두로 떠올랐고 SO도 이 같은 추세라면 점유율 10% 조기 달성도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이득 없다= 전문가들은 마케팅 과열은 소비자에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 유통업자의 이익만 늘리는 것이라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큰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업자를 옮기는 것만 편리하게 됐고 수수료 과다 지급으로 유통업자의 이익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유통시장 안정화가 급하지만 사업자들이 올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예고해 쉽게 줄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