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APEC `화학대화`

날로 급변하는 세계질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EU, NAFTA 등 지역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인 결속을 기치로 내걸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가 1989년 태동했다. APEC은 회원국 간 자발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역내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아·태경제의 역동성을 유지하며, 궁극적으로 아·태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경제협력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설립의 의의가 있다.

 APEC 산하회의 중에서도 화학대화(Chemical Dialogue)는 환경보호 및 무역자유화 등의 새로운 국제무역환경 질서에 대처하며 화학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2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정식으로 출범했다.

 화학대화는 각 회원국의 업계대표(NGO)와 정부가 같이 참여해 자국의 무역관련 정책개발 및 집행에 있어서 서로 이해를 돕고, 화학산업의 경쟁력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역관련 규제문제를 토론하고 권고안을 개발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화학대화의 의결사항은 APEC내 조직의 하나인 무역투자위원회(CTI:Committee of Trade and Investment)를 거쳐 최종적으로 각료 및 정상에게 보고된다.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Towards One Community : Meet the Challenge, Make the Change)’라는 주제를 내걸고 올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되는 제13차 APEC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환태평양권에서 주도적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종 실무그룹회의, 고위관리자회의(SOM:Senior Official’s Meeting) 등 산하회의가 2월부터 정상회의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개최되는 제4차 화학대화(5월, 제주) 본회의와 이를 위한 의제 도출, 권고안 작성 및 결과보고 등의 업무수행을 하는 화학대화조정그룹회의(CDSG:Chemical Dialogue Steering Group)가 두 차례에 걸쳐 2월(서울)과 9월(경주)에 열릴 예정이다.

 그 동안 화학대화는 1, 2, 3차 회의를 거치면서 그 영향력이 가시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EU에서 시행하고자 하는 환경규제의 하나인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nd Authorization of Chemicals)에 대해 WTO/TBT(무역장벽)협정에 위배된다는 우려와 함께 규제완화와 시행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결론을 모으고 이를 EU 집행위원회에 정식으로 요청한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또 ‘국제적으로 조화된 화학물질 분류와 표시체계(GHS:Globally Harmonized System)’의 조속한 도입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의견이 모였지만 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현실이다.

 화학대화는 자동차대화와 더불어 정부와 민간 간 대화 채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회원국의 관련 산업분야 무역 자유화 및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세부 작업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대화의 장이 국내에서 마련된 점을 십분 이용하면 국내 화학기업이 부딪치고 있는 무역통상에서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역내 정부 측 또는 기업계 대표에게 전달함으로써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스스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는 많은 걸림돌이 있을 수 있으나,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낸다면 효과는 두 배, 세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EU의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제한지침(RoHS)에 대해 효율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공인시험기관에서 발행한 시험성적서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도록 APEC국가 간의 협력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새로운 의제를 준비하고 있다. 화학대화를 효과적인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즉, 다자간 대화의 장에서 다른 국가의 동조를 얻음으로써 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안종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화학응용표준과 과장 ciahn@moc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