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제율 조사 신뢰성 향상이 우선

 정보통신부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율을 내년 6월까지 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BSA)의 산정기준으로 40%까지 낮추기로 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불법복제 SW 이용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정품사용 캠페인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과 달성목표까지 정해 불법복제율 낮추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SW 불법복제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통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불법복제 SW 이용률을 0%로 만들기 위해 이와 관련한 사항을 국무회의 보고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성과가 기대된다. 또 느슨한 저작권 침해 관련 형벌 수준을 대폭 강화하고 단속예고제도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정품SW 사용을 유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SW스트리밍기술 등 새로운 IT기술을 반영한 SW라이선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중소 SW업체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런 점에서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가 앞으로 SW 불법복제율을 BSA의 조사 및 산정기준으로 삼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간 BSA가 조사·발표한 한국의 SW 불법복제율은 과다하게 산정돼 왔고 조사방법도 투명하지 않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BSA의 SW 불법복제율 산정방법은 주관적인 SW 수요량과 공개되지 않은 회원사의 매출을 근거로 계산된다는 것이다. 이런 산정방법은 현재 BSA와 함께 SW 불법복제율을 발표하는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조사 및 산정방법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여기서 BSA 조사기준을 따르는 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BSA가 발표하는 SW 불법복제율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데이터이며 매년 한·미 통상협상의 근거자료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사항이고, 사정에 따라서는 이 기준을 따르는 것도 옳다고 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투명하지 않는 근거자료를 통해 산정하는 통계는 아무리 같은 방법으로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신뢰성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BSA의 조사방법이나 산정기준을 따르더라도 우선 신뢰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불이익을 받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관련단체가 나서서 BSA의 불법복제 조사 및 산정방법에 대해 사실을 규명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BSA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협상 통로를 마련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또 국제콘퍼런스나 APEC 등 국제기구의 협력의제로 채택해 투명화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이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SW 불법복제는 근절돼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미국의 통상공세 등을 의식해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야 지식기반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고, SW 개발업체들의 이익을 보호해 줘야만 부가가치가 높은 SW산업이 더 성숙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창의력과 기술력이 성패의 관건인데 가장 대표적 지식산업인 SW의 불법복제가 성행한다면 창의력 발휘는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어렵사리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자마자 곧장 불법복제품이 나돈다면 해당 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SW산업의 성장과 발전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휴대폰과 반도체를 많이 판다고 IT 강국은 아니다. 제대로 된 SW 이용 문화를 정립해야만 한다. ‘대한민국에 SW가 없다’는 소리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