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짚어 보면 사회의 변화나 진화는 대부분 인간이 개발한 기술의 진보와 함께 진행돼 왔다. 자연을 통제하면서 발전한 농업경제 시대를 지나 기계기술이 이끌어낸 산업경제 시대는 과거 인류의 삶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거의 빛의 속도에 비견될 만큼 빨라졌다. 70년대 하드웨어 시대를 지나 80년대 소프트웨어, 90년대 정보화 시대를 거쳐 마침내 2000년대 감동적인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감성을 구입하는 경험경제의 시대가 열렸다. ‘감성과 경험을 어떻게 삶에 적용하고 산업화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사회가 도래한 셈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를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마련해 구체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엔터테인먼트산업’이라는 개념을 마련해 전세계 콘텐츠시장의 70%를 차지한다는 목표로 산업육성을 시작했고, 일본은 지난해 5월 신산업 7개 분야를 선정하며 콘텐츠와 지원서비스 산업을 차세대 성장산업에 포함시켰으며, 중국은 문화소비국에서 탈피해 창조와 수출국을 목표로 국가전략을 수립해 추진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6대 국가핵심기술(6T) 중 하나로 문화기술(CT)을 선정한 바 있다.
CT 기반의 문화콘텐츠산업은 이미 생산과 고용, 부가가치 유발효과 등 경제성장효과에서 매우 우월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미래 유망신기술(CT·IT·BT·ST·ET) 중 업체수와 매출액 등 외형적 평가에서는 IT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순이익 면에서는 BT·CT·IT 순이었고 생산성 지표에서는 CT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야별 상장업체 비율을 봤을 때 세계적으로는 IT가 50%, CT가 22%를 차지한 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IT가 무려 70%를 차지하고 CT는 14%에 머무는 등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경제가 IT분야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안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국가 산업구조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CT에 대한 범국가적인 관심과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에 문화부와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CT를 새롭게 정리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공청회를 통해 발표한 ‘CT 발전정책 비전’은 CT를 크게 △기반기술 △응용기술 △공공기술 분야로 구분하고 있다.
우선 CT ‘기반기술’은 기획 및 시나리오기술, 감성 및 재현기술, 유통 및 서비스기술로서 CT의 핵이 된다. 이 기술에 따라 콘텐츠의 품질·개인화·저작권·유통·양방향 서비스 등 실질적인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응용기술’은 대개 장르별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이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선점한 기술이 많지만 게임·음악·신기술 영역에서 심층적인 기술을 개발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미래 기술을 선도해 가야 할 부분이다.
끝으로 CT의 특화된 기술분야인 ‘공공기술’은 문화유산기술과 문화복지기술의 새로운 영역이 될 전망이다. 문화유산기술은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측정·복원·보관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로 세계 모든 국가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때문에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면 얼마든지 선도할 수 있다.
CT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줄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문화와 과학기술이 융합하는 디지털 시대에 CT의 기술역량 확보야말로 ‘세계 문화콘텐츠 5대 강국’은 물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설기환 문화콘텐츠진흥원 인력기술본부장 snow@koc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