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업계에서 가장 입이 벌어지는 업체는 삼보컴퓨터다. 지난해 말 출시한 99만원대 노트북PC ‘에버라텍’의 선전 때문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성공 여부를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누구도 에버라텍의 인기를 의심하지 않는다. 지난 1, 2월 판매액이 삼보의 월 평균 노트북PC 판매액의 3배에 달할 정도였다. 이 덕택에 잠정 집계지만 삼보는 지난 1월 시장 순위가 5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고 한다.
삼보의 이런 분위기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홍순 대표는 대부분의 시간을 ‘에버라텍의 돌풍’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자체 브랜드로 ‘PC수출 100만대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욕도 보였다. ‘글로벌 브랜드 PC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자신있게 제시했다.
에버라텍은 삼보의 주가를 올렸을 뿐 아니라 전체 PC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노트북은 비싸다’는 선입관을 무너뜨리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으며 경기불황으로 별다른 테마가 없는 PC 수요에 호재가 됐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에버라텍의 판매 수량이 3배 이상 뛰었지만 전체 PC시장의 규모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삼보컴퓨터도 자체 시장조사 결과 에버라텍이 ‘인기몰이’에 성공했지만 국내 PC시장 자체를 키우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초저가 노트북PC는 업체 시장점유율의 변화만을 가져 왔을 뿐이다. 삼보 입장에서야 큰 성과겠지만 PC업계 전체로 보면 오직 ‘삼보만의 잔치’였던 셈이다. 초저가 노트북PC의 선전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PC시장의 하나의 트렌드로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산업계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엄동설한이다. 특히 국내 PC시장은 경기불황과 별개로 이미 정점을 지나 성숙기에 진입한 상황이다. 이제 국내 PC업체에 필요한 건 새로운 시장이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격 위주의 마케팅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컨버전스 시대를 이끌 만한 새로운 개념의 PC가 나와야 한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은 그 다음이다. 진정한 ‘마켓 리더’의 첫 번째 조건은 시장을 만드는 일이다. ‘글로벌 PC브랜드 톱5’를 비전으로 내세운 삼보의 다음 행보가 궁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컴퓨터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