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8%로 추계되는데 수출에 의한 성장률은 9.3%다. 다시 말해 수출을 제외한 성장률은 사실상 마이너스권에 머물 정도로 우리의 대외 의존도는 높다.
한편 지난해 GDP 성장률 중 IT산업의 기여도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IT산업이 전체 수출의 39%를 차지하는 데다 수출 증가율도 타 산업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3분기부터 IT산업의 기여도가 줄어들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TFT LCD 가격 하락, 휴대폰 수출 증가율 둔화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IT산업의 높은 수출 비중과 환율 하락을 주 요인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상반기에는 D램을 비롯한 반도체 가격 약세가 불가피하고 휴대폰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만 못할 것이다. TFT LCD와 PDP 등 디스플레이 제품의 공급과잉은 하반기가 돼야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환율은 어떻게 될까. 3월에도 달러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우선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약세가 예상된다. 해외에 현지공장을 설립한 일본 기업들은 대체로 3월 결산을 앞두고 본국에 송금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에 있는 본사는 달러화를 매도하려고 할 것이다.
중기적으로는 중국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미국은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주요 교역국의 통화에 대해 달러화 약세를 유지하는 정책을 지속해 왔지만 중국의 위안화만은 예외였다.
물론 달러 강세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콜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위안화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가 30∼50% 절상됐기 때문에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 축소를 위한 정책 수단을 금리 인상을 통한 총수요 억제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통한 총수요 억제를 계속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금리 인상은 한편으로 달러 강세를 유발하여 경상수지 적자 개선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환율이든 금리든 미국의 경제정책은 어차피 우리 IT 하드웨어 기업들에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미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연간 달러화 순보유액은 250억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30억달러, LG전자와 LG필립스LCD는 각각 80억달러, 50억달러로 추산된다.
삼성의 전자 관련 업체들이 정책적으로 인위적인 외환 관련 헤지를 하지 않는 반면 LG그룹은 일부 환 헤지를 하고 있다. 다른 요인이 없다면 10원 절상 때마다 삼성전자는 2500억원, 삼성SDI는 300억원, LG필립스LCD와 LG전자는 헤지 비율을 감안하더라도 300억∼500억원의 경상이익 감소 효과가 생긴다.
이 같은 환율 변동에 따른 대기업의 손익 악화는 결국 납품업체인 중소 부품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들은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부품 구매를 해외 업체로 돌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환율 변동의 영향을 흡수할 수단이 부족한 중소 IT부품 업체들의 수지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특화되지 않은 일반형 부품은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협력해 ‘디자인-인’ 제품의 구성비를 높이고, 대기업과 함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계속 검토해야 한다. 중소기업 간 부품 공유 및 공동 구매 등을 통해 원가를 지속적으로 절감하고, 수출지역과 결제통화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필요도 있다.
부품과 소재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산업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대기업과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전우종 wjeon@sk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