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식점프’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고품질 지식으로 ‘점프’함으로써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새로운 환경을 창출해 내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중국의 값싼 제품 공세에도 이탈리아의 섬유 산업은 ‘고급화, 차별화’를 표방한 지식점프를 통해 아직도 별 어려움 없이 건재하고, 포드사의 구형모델을 생산하던 70년대의 현대자동차는 자체기술개발이라는 당시로서는 무모할 정도의 지식점프를 통해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됐다. 이렇듯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지식점프’는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 돼 가고 있다.
과학기술계에도 역시 지식점프가 필요하며, 지금이야말로 과감한 지식점프를 위한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 R&D에 있어서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인지하고 있는 바다. R&D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지식정보’를 확보하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같은 출발선에 섰다 하더라도 초고속 스포츠카를 탄 사람과 자전거를 탄 사람의 차이와 같다.
최근 과학기술 지식정보에 빠른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 R&D 형태의 변화가 원인이다. R&D의 주기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R&BD(Research&Business Development), 즉 기획단계에서부터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이뤄지는 연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고, R&D의 거대화와 융합화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공동협업을 할 수 있는 ‘가상과학’ 환경 구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필연적으로 지식정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게 됐다. 가공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R&D에 곧바로 투입 돼 빠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고급 분석정보’가 더욱 중요해졌으며, DNA 분석 자료나 바이오실험수치·기상·천문·고에너지물리 같은 ‘첨단 대용량 정보’들이 생겨나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첨단 대용량 정보’를 지역적 한계 없이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네트워킹 기술과 보다 빠르게 연산처리하고 가시화할 수 있는 컴퓨팅 자원 등의 연구 인프라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의 구축은 첨단 대용량 정보의 생산, 유통, 활용과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 서로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첨단 대용량 정보와 R&D 인프라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곧바로 과학기술 R&D의 경쟁력 강화, 연구 성과의 고부가가치화로 이어진다는 데 더욱 큰 의미가 있다. DNA 분석자료 등의 첨단 정보는 그 자체로도 상당히 고부가가치 정보일 뿐만 아니라, ‘가상과학’ 연구 환경이 정착돼 이러한 고품질 대용량 정보를 누구나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R&D 효율성이 매우 높아지고 천문학적인 R&D비용 절감효과도 낼 수도 있다.
과학기술이 사회 전반의 발전을 이끄는 ‘과학기술 중심사회’에서 R&D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은 곧 국가 경쟁력과 경제수준을 높인다는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과학기술 지식정보 패러다임의 발빠른 전환은 국가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역사가 길지 않고 원천기술 역시 부족한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러한 변화를 보다 빨리 읽고 한 발 앞서 적극 뛰어들어야만 한다. 이렇게 역동적으로 지식정보 트렌드를 수용할 경우 활용도가 높은 ‘고급정보’를 보유하는 것이 수월해지고, 그것은 성공적인 지식점프를 가능케 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형태가 다양하게 혼재돼 있으면서, 동시에 고전적 정보개념이 차세대 정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현 시점이야말로 과감하게 지식점프를 해야 할 때다.
기존의 정보 체계를 발판으로 고부가가치 대용량 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활용해 ‘지식점프’에 성공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키워야 하며, 이것은 참여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기술혁신체제(NIS)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자, 정책결정자, 국민이 모두 과학기술 지식정보에 대한 혁신적인 시각을 갖고 성공적인 지식점프를 해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조영화 yhcho@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