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정상 다시 만나야

남북 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열린 지 올해로 5년째다. 5년 전 평양의 순안비행장에서 두 손을 맞잡은 남북의 정상을 보면서 이제 통일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 엊그제 같기만 하다. 남북 정상회담은 50여년의 분단 역사에서 대립과 갈등의 관계를 상생과 상호 공존의 관계로 만드는 계기가 됐음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관계·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남북 간 다양한 교류를 통해서도 이러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얼마 전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허허벌판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고자 남과 북의 근로자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개성은 남북 간 공존과 상생을 직접 보여주는 화합의 장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남북 간 관계에 대해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북 간 풀어야 할 실타래가 많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50여년 동안 서로 반목하며 살아왔는데, 최근 5년 동안 이 문제를 다 풀 수는 없었을 것이다. 특히 서로에 대한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풀어가야만 우리가 원하는 평화와 공존을 이뤄낼 수 있다.

 또 남북 문제는 이제 남과 북의 문제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문제에서 알 수 있듯 남북 간 문제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최근 북한의 6자 회담 거부를 기점으로 6자 회담 참가국 상호 간에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다양한 의견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흐름 속에서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아마 우리 국민이면 대체로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물론 핵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과 북한이다. 나머지 참가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주변의 인식들을 전달하고, 두 당사자가 원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따라서 어찌 보면 이 문제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의 당사자는 바로 우리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쪽도 우리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남북이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현실을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서로의 입장과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이 무엇인지 그리고 혹시 상대에 대해 고려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한다. 일개 작은 회사에서도 실무자들이 풀 수 있는 문제에는 한계가 있다. 남북 간 문제도 지금은 대표자의 몫만 남아 있다고 본다. 이제는 남북 정상이 다시 만나 그동안 실무자들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민족 차원에서 풀어야 할 시기다. 그래야 남북 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남북문제의 주체인 남과 북은 정상회담 자체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참여정부도 초기부터 꾸준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정책적으로 크게 진전된 것은 별로 없다. 정치적 상황 등 여러 요인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노력이 부족했다고 보는 게 옳다. 북한도 북핵문제 등에 대해 미국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지만, 결국 한반도 문제인만큼 두 주체인 남과 북이 기본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늘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민족의 문제는 민족공조로 풀어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주장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올해 6·15 정상회담 5주년은 새로운 남북관계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과 북의 두 정상이 개성이나 도라산, 아니면 금강산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우리 한반도의 문제를 격의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다시금 TV로 생중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완영(유니코텍코리아 회장) jamesu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