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로동의 한 호프집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들의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소주와 맥주가 곁들어져 돌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갔다. 최근 경기회복 분위기를 타면서 숨통이 트인다는 얘기도 나왔고, 해외 시장을 공략해 매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친목모임이어선지 처음 분위기는 가벼웠다.
1시간쯤이나 지났을까. 화제는 어느새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로 바뀌었다. 10년 후 아니 당장 5년 후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는 어떨까. 약간의 의견 차이는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어두웠다.
이쯤되자 생존전략이 화두가 됐다. 자연스럽게 인수합병(M&A)이 주제로 떠올랐다.
“M&A라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주주들의 눈치도 살펴야 하고,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A사 사장)
“소프트웨어 업체 사장들이 M&A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도 10년, 20년 자기 회사라고 열정을 가지고 키워왔다. 왜 회사를 포기해야 하나.”(B사 사장)
“하지만 지금처럼 각개격파식으로 다국적기업들에 맞서기 힘들텐데”라며 기자도 가세했다.
“최근에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가 M&A를 시도하다 깨졌다. 현실적으로 적대적 M&A는 어렵다. 그래서 합병을 시도했는데, 양사 사장 중 누가 최고경영자(CEO)를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둘 다 곧 죽어도 남 밑에서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C사 사장)
전세계 소프트웨어 업계는 지금 M&A 열풍에 휩싸여 있다. 오라클이 피플소프트를 인수하고, 시만텍이 베리타스와 합병한다. 세계 1위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 1위 ERP업체인 SAP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요약하면 1등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덩치를 키우고 솔루션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로 M&A를 선택한 것이다.
M&A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이제 M&A 알레르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거스른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