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함께 하는 출장’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강연은 인파를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국내 강연도 그렇지만 그 정도는 해외에서 더 심하다. 이번 대만에서 열린 SMS포럼 강연도 그랬다.
황 사장의 강연을 듣다 보면 그가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의 중간쯤에서 청중의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른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장난감 같은 비행기 몸통에 올라타 있는 황 사장의 익살스런 표정의 삽화 때문이다.
그 삽화는 노트북PC·USB드라이브·디지털카메라·스마트폰·MP3플레이어·디지털캠코더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용량을 표시해 황 사장 자신이 들고 다니는 메모리의 총용량을 설명하고 있다. 메모리 회사의 CEO면서 ‘황의 법칙’을 매년 실증해 보이는 그에게 매우 어울리는 그림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항상 같은 삽화지만, 자세히 보면 그림에서 그가 들고 있는 메모리의 바이트 수가 매번 다르다는 점이다. 2003년 MIT 강연에서는 1기가바이트였던 것이 2004년 초 또 한 번의 MIT 강연에서는 10기가바이트로 변했다. 2004년 중반에는 12기가바이트로 달라졌고 SMS포럼 강연 자료는 20기가바이트로 수정돼 있었다. 그리고 2007년에는 100기가바이트로 바뀔 예정이다.
이처럼 강연이 있을 때마다 메모리용량이 업그레이드되는 추세에 맞춰 강연자료를 꼼꼼히 다시 작성하는 정성만큼이나 그의 강연 내용도 매번 새로워 청중을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그는 1년에 적어도 10번 가까이 국내외에서 강연을 한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한번 만든 강의노트로 ‘평생을 울궈먹는다’는 과거 강의실 풍경을 생각하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의 강연자료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웃음을 자아내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모든 강연 자료의 마지막 쪽에 나오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출하는 것이다(The future is not to be predicted, it is to be created.)’라는 문구다. 잦은 강연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노력이 황 사장의 ‘미래는 창출하는 것’이라는 신념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타이베이(대만)=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