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품·소재산업의 대외 경쟁력이 일본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결과는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경쟁력으로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부품·소재 전문기업 육성과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지난 90년대 말 이후 수입처 다변화 정책을 통해 대일 무역적자를 해소하는 한편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도 미달한다면 예삿일이 아니다.
우리가 부품·소재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부품·소재산업은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완제품 생산원가의 60% 정도를 부품·소재가 차지하고 있어 부품·소재의 경쟁력이 곧 완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부품·소재산업의 무역특화지수는 일본과 미국, 독일에 비해 크게 뒤져 있다. 이 중 일본의존도가 높아 부품·소재 전체 수입의 27.5%를 일본에 기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일본에 비해 기술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핵심 부품·소재는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와 전기·기계 부품 가운데 유선통신기기 등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대일 무역특화지수는 더 나빠졌다고 한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전자집적회로와 방송수신기기 및 영상음향기기, 유사반도체 등을 들 수 있다.
부품·소재는 우리 제조업의 중추 산업이다. 정부가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핵심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입해 매출 2000억원, 수출 1억달러 규모 이상의 중핵 부품·소재기업 300개를 집중 육성키로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경제가 내수 침체나 불황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하려면 선진국과의 부품·소재 경쟁력 격차를 빨리 해소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고 추진해도 실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수단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올 초 부품·소재 기업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완화하고 부품·소재 부문에 책정된 국방 기술개발자금 비율을 현행 9.2%에서 15%까지 늘리기로 한 것 등은 획기적인 조치라고 본다.
이런 정책적 바탕 위에 우리가 부품·소재산업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육성하려면 우선 순위를 정해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가 앞설 수 있는 분야를 중점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 기술에 밀리고 후발국인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우리 실정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기술력을 확보해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다. 다음은 대다수 부품·소재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어려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연구개발 투자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비 확대와 전문인력 양성 없이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정부가 국산 부품·소재에 대해 인증제도 및 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기업들이 외산 부품을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국산 부품과 소재 구매에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체계도 보다 긴밀히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