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에서 아버지 홍 판서는 집을 떠나는 길동에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허락한다. 길동이 이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며 길을 나서는 장면이 있다.
정보통신부는 23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모여 만든 컨소시엄인 ‘케이블BcN’을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자로 정식 인정했다. KT 등 다른 통신사업자 컨소시엄과 달리 네번째 컨소시엄인 케이블BcN은 시범사업자 자격은 얻되, 정부의 자금 지원은 없다. 그래도 SO들은 ‘정통부가 이제야 통신사업자의 망과 함께 케이블방송 사업자의 HFC망도 인정해 준다’며 감읍한다.
홍길동전을 닮았다. SO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은 정통부의 ‘서자’다. 지난해 정통부가 BcN 시범사업자를 선정하며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가점을 주겠다’고 했을 때 SO 관계자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정통부의 발표는 SO들이 뭉치지 말고 뿔뿔이 흩어져 통신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란 주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케이블BcN은 탈락했다.
SO들은 1200만 세대가 넘는 가입자망을 가졌다. 유무선 통합망을 꿈꾸는 BcN의 한 축임에 분명하다. HFC망 성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방송+초고속인터넷+전화)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일각에선 HFC망을 제외한 국가 BcN 프로젝트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정통부는 결국 케이블BcN를 시범사업자로 받아들였다. 2차연도 시범사업 때는 자금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로소 통신·방송을 모두 포괄하는 BcN 시범사업의 틀을 갖추는 셈이다. 정통부도 SO도 만족한다.
홍길동과 SO가 비슷하기는 한데 똑같을 순 없다. 길동은 차별 대우를 받으면서도 아버지 홍 판서나 적자인 홍인형 등에 반항치 않았다. 그들의 기득권을 부정하기보다 자신이 받는 대우의 부당함을 호소했을 따름이다. 그리고 율도국으로 가서 어버이 나라를 섬겼다. SO들은 율도국이 아니라 디지털방송·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VoIP)·홈네트워크로 간다. 통신사업자와 경쟁해야 할 운명인 셈. 다만 경쟁이 낳는 서비스 질 향상으로 소비자를 섬길 따름이다.
IT산업부·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