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통과시킨 고용창출법은 미국 기업들의 투자 촉진과 고용 확대라는 명분하에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의 여러 조항 중 특히 우리 관심을 끄는 부분은 ‘국내투자촉진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해외 지사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사에 송금할 경우 올해에 한해 송금액에 대한 법인세를 5.25%만 납부하면 된다. 종전에는 30%를 내야 했다. 감세 혜택을 받으려는 기업은 상세한 투자계획을 마련해 국세청(IRS)에 제출하면 된다. 설비 신·증설, 연구개발(R&D), 재무구조 개선, 기업 인수합병 등의 투자계획이 감세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주주 배당, 자사주 매입, 경영진 보수 등은 제외된다.
이번 고용창출법 시행으로 미국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활기를 띠고 R&D 투자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IBM·델·인텔·오라클 등 IT기업은 물론이고 파이저·코카콜라·P&G 등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본사에 송금한다는 계획을 확정했거나 검토중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체적으로 3000억∼3200억달러의 송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금액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보면 델과 IBM이 각각 컴퓨터와 차세대 CPU ‘셀’의 생산라인 투자비용으로 쓸 예정이며, 인텔과 오라클은 아직 용도를 밝히지 않았으나 각각 60억달러와 31억달러를 본사에 송금할 계획이다.
비IT기업 중에선 파이저가 최대 290억달러를 송금해 신약 개발업체를 인수하거나 제놈 연구에 투자하며, 최근 질레트를 인수한 P&G나 의료기 업체 가이던트를 인수한 존슨 앤드 존슨은 인수자금으로 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미국 기업의 송금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본사 송금 조치가 달러화 약세를 부추겨 미국 자동차 업체 등 기간산업에 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지에 재투자하지 않고 빼돌린다는 현지의 부정적인 시각도 감수해야 한다. 고용창출법 ‘국내투자촉진조항’의 또 다른 이면이다.
장길수부장·국제기획부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