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세계 통신의 역사인 이탈리아 마르코니를 ‘살아있는 화석’으로 만들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주 브리티시텔레콤(BT)이 기존 전화망을 인터넷프로토콜(IP)망으로 전환하는 차세대네트워크투자프로젝트(21CN)의 장비 공급 업체로 6개 분야 중 두개 분야에 선정됐지만,BT의 핵심 장비공급업체인 마르코니는 모두 탈락했다.
특히 마르코니는 당장 영국 법인의 인력 4300명 가운데 2000명 이상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심지어 일부 외신은 화웨이가 자금난을 겪는 마르코니 영국 법인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 기사를 냈다.
마르코니는 1897년에 설립된 통신 회사로 무선통신을 처음 상용화한 세계 통신역사의 산 증인이다. 반면 화웨이는 마르코니보다 91년 뒤인 1988년에 설립돼 20년도 안된 풋내기 회사다. 화웨이가 마르코니를 인수하면 100여년간 미국과 유럽이 양분한 세계 통신장비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화웨이는 지난해말 한국의 KT에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에 유럽 최대 통신사업자인 BT에도 공급권을 확보, 글로벌 메이저 통신회사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다졌다.
이번 BT 프로젝트에 두개 분야 이상 선정된 장비회사는 화웨이를 제외하곤 시스코만이 유일하다.
마르코니는 이번 탈락에 대해 “단지 가격이 맞지 않아서”라고 화웨이 등의 저가 공세로 탓을 돌렸다. 또 영국법인이 현재 5억73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해 고용 유지를 위해 영국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할 뜻도 당장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마르코니는 BT라는 최대 고객을 잃은 것은 물론 다른 유럽 지역 사업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화웨이는 최근 유럽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조기 사업 안정화를 위해 마르코니를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유럽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라이트리딩지는 산업분석가 그래함 베니스톤의 말을 인용해 “BT 프로젝트가 유럽의 첫 IP기반 차세대 네트워크(NGN)투자라는 점에서 (화웨이의 마르코니 인수 가능성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보도했다.
한편 BT는 향후 5년간 191억 달러를 투자할 ‘21CN 프로젝트’의 공급업체로 △후지쓰와 화웨이(접송망 장비) △알카텔,시스코,지멘스(IP를 통한 음성신호처리,데이타 및 비디오서비스 등을 처리하는 라우터와 신호 변환장비) △시스코,루슨트(메트로 노드간 연결 장비) △에릭슨(서비스 통제 장비) △시에나,화웨이(광전송장비) 등 8개사를 선정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