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LG전자 권희원 부사장

그의 취미는 낡고 오래된 카메라를 모으는 것이다.

카메라 수집이라고 해서 호사스럽지만은 않다. 황학동 벼룩시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적당한 가격과 수준의 카메라를 ‘몇 개’ 모았을 뿐이다. 그를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한 식당에서 만났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구미에 만든 영빈관을 개조해서 만든 LG그룹 전용 식당이다. 번거롭지 않고, 조용해서 사람 만나기에는 그지없는 장소다. 식당 창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낙동강 백사장이 마치 공들여 찍은 한장의 사진처럼 선명했다. 강 건너 보이는 공장 굴뚝만 없다면, 피서지로 착각할 정도였다.

“카메라를 모은다고 해서 취재를 나오다니요. 별 거 아닌데요. 그나마 요즘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손을 놓고 있어요. 마니아가 되기가 쉽지 않더군요.”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부장 권희원 부사장이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0년전. 젊은 시절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해 출사를 다니던 습관이 몸에 배면서 카메라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히는 것’보다는 ‘찍는 것’을 좋아했고, 직장을 다니며 출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아놓은 구형 카메라가 30여 종류. 여기에 그가 사모으는 망원경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크게 늘어난다.

“카메라 수집은 애정입니다. 또 욕심이고요. 시간이 나면 황학동을 찾아가기도 하는데 복제품이 많아서 낭패를 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정도에 틈나면 황학동을 둘러보기도 했는데, 요즘은 아예 그럴 시간이 없네요. 맘 같아서는 한 회사 제품을 시리즈로 사 모으고 싶은데.”

그의 근무지는 구미, 집은 분당이다. 짬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가끔 휴일날 집에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는 것이 그의 ‘애정과 욕심’을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인터넷 쇼핑에서 낭패를 안보려면 꼼꼼함이 필요하다.

그의 카메라 구입에는 원칙이 있다. 첫째 최대 5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 둘째 각종 부속품이 완전하게 갖춰졌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50만원을 넘기지 않으려는 이유는 자칫 취미 목적이 변질될 수 있기 때문. 가격이 높아지면 욕심도 커져서 차분한 마음으로 취미를 즐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카메라 수집 원칙이다. 둘째는 인터넷이나 벼룩시장 같은데서 구매하다가 자칫 원래 부품이 아닌 짝퉁 부품이 은근슬쩍 끼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 주재원 근무시 현지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구형카메라가 그랬다. 정품 제품에 정품 액세서리가 갖춰져야만이 선택 대상이 된다.

권 부사장이 카메라를 모으는 목적은 무엇일까.

“카메라는 정직한 기계입니다. 디스플레이의 원조라고 할까요. 그림 이후 사물을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그 시대 사람의 생각과 생활패턴이 담긴 영상도구인 셈이죠. 인간적인 인터페이스 기능, 얼마나 사물과 똑같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그 시대 엔지니어들의 고민도 담겨 있죠. 한회사의 카메라를 시리즈로 사모으려는 이유도 카메라 회사 개발자와 경영자의 카메라에 대한 전략을 알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가 바라보는 카메라는 단순한 ‘사진찍는 기계’가 아니다. LG전자 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는 그로서 카메라는 사람의 시각과 현실을 연결하는 ‘창(窓)’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모은 카메라나 망원경 등이 사물을 정확하게 보려는 시각적인 도구들이다. 구 소련 KGB가 사용하던 소형카메라부터 그가 만드는 세계 최대의 71인치짜리 PDP TV까지.

“아는 분이 오래된 구형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제게 줬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는다고 해야겠죠. 그 분이 사용한 카메라는 그 분만의 카메라였습니다. 그 분에게 아주 잘 맞는, 그래서 군더더기가 없는 그런 카메라였습니다. 디지털TV도 마찬가지겠죠. 우리 시대 대중에게 꼭 맞는 디지털 TV를 만들어 세계적인 명품을 만드는 것이 제 꿈이자, LG의 꿈입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