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학교 석좌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으로 힘들어 하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의 영원한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었으며,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불편해진 인기가수 클론의 강원래씨에게도 훌훌 털고 일어나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지난해 2월 황 교수와 문신용 교수팀이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을 때 언론과 매체, 관련 학계와 연구계의 반응은 대단했다. 혹자는 이 성과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끝’이라고 할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는 지난 1928년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과 견주기도 했다.
황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다수는 생명연장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황 교수는 이미 국보급 과학자가 됐고 경호 수준도 3부 요인급으로 격상됐다. 황 교수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책도 마련중이다. 각종 전문 협·단체에서는 황 교수(또는 그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고, 황 교수 후원회 사이트에는 후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한때 불통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생명이 연장된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 듯싶다. 과학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사회보장제도는 한참 뒤떨어진다. 인간의 수명은 해마다 늘어나지만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고받는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이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때 유행어처럼 쓰이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아무리 과학으로 수명을 연장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창 일할 나이인 30, 40대와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젊음을 불태우고 싶어하는 50, 60대 중년층을 사회에서 받아주지 못한다면 그만이다. 이러다간 자칫 늘어난 수명을 한탄하며 길고 긴 세월을 허송할지도 모른다. 장수시대에 따른 또 다른 고민이다.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