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래의 콘텐츠 脈] 〈3〉콘텐츠 IP와 협력적 거버넌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콘텐츠산업은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 세계와 연결됨에 따라 콘텐츠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등 K콘텐츠 글로벌 흥행은 콘텐츠 IP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실감하게 한다. 최근 바비인형의 제조사인 마텔(Mattel)은 케데헌의 캐릭터로 만든 인형을 공개하고 컬렉션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케데헌 콘텐츠 IP의 소유자인 넷플릭스와 긴밀한 파트너십이 있기에 빠르게 사업화를 진행한다고 했다.

콘텐츠 IP는 단순한 IP의 묶음이 아니다. 확장성이 매우 큰 분야다. 콘텐츠가 갖고 있는 세계관, 서사구조 또는 캐릭터 등으로 진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성공한 IP는 드라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공연, 웹툰 및 웹소설 등 콘텐츠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은 이를 보다 심화시킬 것이다. 성공한 콘텐츠는 매체를 통한 시청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콘텐츠 IP를 기반으로 문구, 인형, 굿즈, 패션, 전시, 테마파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과 확산이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드라마콘텐츠 IP가 성공했더라도 이를 단순히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콘텐츠 장르 간에도 당해 이용자가 기대하고 흥미를 갖는 요소는 서로 다르다. 특정 장르의 창작자나 전문가가 다른 장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더욱이 연관 산업에 대해서는 콘텐츠 종사자가 알기 더 어려운 영역일 것이다. 콘텐츠 IP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사업화 전략을 위해서는 다른 장르와 연관 산업에 대한 정보와 안목이 요구된다.

디즈니,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은 충분한 인력과 재원을 투입하면서 종합적이며 입체적인 콘텐츠 IP 확장 전략을 설계하고 집행한다. 반면에 한국의 콘텐츠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중소 콘텐츠 기업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데에 전 역량을 집중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다른 장르나 연관산업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콘텐츠 IP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콘텐츠 IP의 사업화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 콘텐츠산업과 연관 산업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창작자, 제작자, 투자자, 글로벌 플랫폼과 유통사, 해외 파트너뿐만 아니라 중요한 소비자이자 평가자인 팬덤까지 살펴봐야 한다. 단일 콘텐츠 기업이 풀어나가기에는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다.

한국 콘텐츠 기업은 세계적인 콘텐츠 회사들과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다. K콘텐츠 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이 필요하다. 다양한 주체가 문제를 협업해 해결하는 방안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이야기한다. 문제는 정부에서 단순히 협업하라고 한다고 해서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론에서 조직 설계와 관련 부서할거주의(사일로 효과:Silo Effect)가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팀 또는 과 단위 조직도 마치 곡물을 저장하는 사일로처럼 정보나 자원을 독점적으로 저장하려 하는 반면, 공유 및 협력을 어렵게 하여 전체 조직의 목표 달성이나 효율성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정 장르나 산업의 담당 부처(부서)에서 보면, 콘텐츠 IP 확장 사업은 다른 장르나 산업과 연관되는 분야에 속할 수 있으며, 주된 사업이 아니고 부수적인 것이 되어 소홀하게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산업이 콘텐츠 IP와 연계되고 있는 글로벌 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K콘텐츠 IP 확장 전략을 위해서는 사일로 효과를 넘어설 수 있는, 부서 간 및 직원 간 협력 구조, 다른 부처(다른 공공기관)와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요구된다.

조현래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특임교수·前 한국콘텐츠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