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용두사미된 부품산업육성

주상돈

 정부와 재계, 지자체가 올해 내놓은 주요 경제 화두 가운데 하나가 부품·소재산업 육성이다. 새해 벽두부터 청와대와 산업자원부는 물론이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등이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의 핵심 과제로 강력한 부품·소재산업 육성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 결과 청와대에서는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중소기업 종합대책이 보고되고,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산자부도 입만 떼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6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부품·소재산업 육성만이 우리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라던 주장들이 하나둘씩 꼬리를 감추고 조금씩 발을 빼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부품·소재산업 현장의 업체나 기관들도 “연초만 해도 온갖 곳에서 난리더니 어째 좀 조용해졌다”는 반응이다.

 이런 용두사미 분위기는 올해 부품·소재산업 종합 지원을 위해 만들어지는 한국부품소재진흥원 설립 과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하루가 급하다던 부품소재진흥원 설립이 원장 인선과 사무실 마련 문제로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것. 초대 원장 후보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을 비롯해 산자부 출신 공무원과 벤처 캐피털 인사, 대기업 부품업체 임원 등이 차례로 거론되면서 종잡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대로 가면 총괄기구로서의 강력한 리더십은 고사하고 기존 부품·소재 관련 단체나 기관들과의 업무 조정을 통해 종합적인 부품·소재산업 지원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부품소재진흥원 설립이나 지원사업 추진을 위해 별도로 책정된 예산도 없다.

 그래서 부품·소재업계 및 기관 관계자들 사이에는 “정부가 해보지도 않고 부품·소재산업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있다”는 억측도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 지원정책을 총괄할 부품소재진흥원이 출범도 하기 전에 주변기관들로부터 돈을 빌려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