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일상에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AI에게 물어봐”가 아닐까. 일터에서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고 인공지능(AI)에 물어본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 개방성, 수용성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챗GPT 유료 사용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비례로는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만큼 AI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AI의 발전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챗GPT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 2022년인데 이제는 인간 수준의 인공일반지능(AGI)과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곧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저명한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29년에 AGI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고, 전문가들 사이에 차이는 있지만 대략 2030년 전후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경이에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AI를 둘러싼 기술패권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제 AI는 단지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국가 주권, 안보, 경쟁력의 핵심이 됐다. 우리나라 역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대표 AI' 개발을 비롯해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AI는 일반 제조업은 물론 방산, 바이오·헬스, 기후·에너지, 물류 등 모든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AI 제품과 서비스의 범위는 매우 넓다. 이런 제품과 서비스는 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도구일 뿐만아니라 그런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이는 효과도 매우 크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의 6대 핵심 이슈 중 하나가 '지속되는 AI 기술 도약과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직관적으로는 지난해와 올해 글로벌 테크 전시회인 CES에서 봤던 에이전틱 AI나 피지컬 AI, 특히 유려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로봇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AI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는데 공공조달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좋은 기술이 있어도 사용자가 없다면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연간 225조원에 달하는 공공구매력은 초기시장 형성과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공공이 위험을 안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조달하면 기업은 이를 검증의 기회로 활용해 기술을 시험·개선하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일수록 실제 사용 경험과 데이터 축적 그리고 그에 기반한 개선이 중요하다.
![[ET시론] 공공조달, AI 대전환과 AI 산업 활성화의 마중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09/news-p.v1.20260309.bcff869a00644e7ea374ca336c822ff4_P2.jpg)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조달이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AI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고, 처음으로 구매하는 고객이 되는 것이다. 전문기관 등과 협업해서 AI 제품을 발굴하고, 이를 조달청 예산으로 시범 구매해서 공공기관들이 이용하도록 한다. 이용기관은 사용 경험과 데이터를 제공하고, 기업은 기술과 제품을 개선하고 동시에 실적을 축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AI 제품과 서비스가 공공조달시장에 쉽게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납품실적 요건을 폐지하고, 평가와 서류를 면제해서 빠르게 계약을 체결한다. 또 가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공기관들이 더 많은 AI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진짜 AI'와 '무늬만 AI'를 가려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AI 워싱(AI Washing)을 해결하지 못하면 혁신이 자리 잡기 어렵다. 혁신·우수제품 선정 심사 시 AI 제품을 전문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전용 심사 트랙을 만든다. 또 정보화 사업은 AI에 특화된 평가지표를 개발해서 적용하고, AI 분야는 전문가가 전담 심사하는 전문평가제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AI 평가위원 풀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조달 인공지능전환(AX)' 추진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공공조달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적극 도입해서 기업들에게 다양한 수주 및 사업 경험을 제공하고, 공공조달의 효율성도 높이는 것이다. 조달청은 가격관리, 각종 심사·평가, 발주 지원 및 관리 등 업무가 많고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AI 에이전트를 우선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고성과 기업의 87%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신기술에 대해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 전 세계 정부기관 응답자의 79%가 AI를 도입하는 조직이 경쟁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모두 AI가 이른바 '게임체인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AI는 생존의 문제다. AI 대전환과 AI 산업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달청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찾아서 하려고 한다.
백승보 조달청장 baeksb71@korea.kr
〈필자〉부산 출신으로 브니엘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행정고시 39회로 조달청에서 공직에 입문한 뒤 29년간 구매사업국장과 공공물자국장, 조달관리국장, 시설사업국장, 기술서비스국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조달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공공조달분야 전문가로 불린다. 정책 기획력도 뛰어나고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워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직원이 뽑은 '베스트리더'에 선정됐다. 지난해 8월 조달청장으로 취임해 혁신조달을 활용한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산업 육성을 목표로 정책을 이끌고 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달개혁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