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개인사업자, 세금 그리고 AI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직장인에게 가장 익숙한 세금 신고는 연말정산이다. 개인은 정해진 자료만 제출하면, 회사라는 조직이 대부분의 신고 과정을 대신 처리해 준다. 때문에 직장인에게 세금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에게 세금은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신고부터 판단, 책임까지 세금과 관련된 모든 결정이 개인사업자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금의 원리 자체는 단순하다. 수입과 비용, 즉 사업을 하며 번 돈과 쓴 돈에 맞게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이 단순함은 복잡한 서류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 불친절한 신고 구조 속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를 진짜로 힘들게 하는 것은 세금 그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세금이 만들어내는 공포다.

공포는 보이지 않는 데서 생긴다. 세금 계산 과정에서 이 선택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렵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불안하다.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는 사실도 큰 부담이 된다. 혹시 나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늘 따라다닌다. 이렇게 쌓인 불확실성은 세금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공포의 영역으로 바꿔 놓는다.

세금에 대한 공포 앞에서 많은 개인사업자들은 세금과 관련된 판단을 세무사에게 맡겨왔다. 세무사는 어떻게 세금을 신고할지 대신 결정하고, 개인사업자는 그 과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 구조는 세금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왔다. 결정을 넘기는 것이 더 편한 사람도 분명히 있다. 세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 방식은 여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세금에 관한 판단을 타인에게 넘기고 싶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세금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어떤 선택 때문에 세금이 줄었는지, 다른 선택을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이해하고 싶어 한다. 이는 단순히 결과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업 구조와 돈의 흐름을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려는 욕구다.

그러나 개인마다 너무 다르게 작동하는 세금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면 방대한 세무 지식과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했다. 그 결과 온라인에는 수많은 질문과 답변이 떠돌지만, 대부분은 개인의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반론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세금은 더 많은 오해를 낳아왔다. 결국 이 욕구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지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역할은 분명해진다. AI 기술은 세무사처럼 결정을 대신하는 데 있지 않다. 대신 개인사업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인프라로 작동해야 한다.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지를 보여주고 각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이 더 유리한지,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 한다.

세금에서 AI의 역할은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최종 선택과 책임은 개인사업자에게 남겨두되, 그 선택이 공포가 아니라 납득의 결과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계산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을 넘어,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판단에 필요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개인사업자 세금 시장에서 AI가 가야할 방향이다. 그래야 안 그래도 바쁜 개인사업자에게 세금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영역이 될 수 있다.

천진혁 널리소프트 대표 jinhyuck@nulle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