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은의 정책과 혁신] 〈36〉분산 에너지에 대한 초급 입문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특별법이 새로 제정됐다. 'RE100'처럼 관련 분야 종사자가 아니라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용어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공부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처음에 '분산에너지'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에너지 자체를 여러 곳으로 분산한다는 의미로 오해했다. 실제 취지는 에너지원을 분산하자는 개념에 가깝다. 영어 표현인 'Distributed Energy Resources'에서 Resources가 생략되면서 생긴 혼선이다. 전력 분야에서 사용하는 '분산 전원(電源)'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더 정확하게 다가온다.

핵심 원리는 단순하다. 흔히 '지산지소(地産地消)'라고 설명되는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이를 소비하는 공장이나 도시를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 두자는 것이다. 전기를 멀리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송전 비용을 줄이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원론적으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접근이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발전소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기 때문에 이미 도시가 형성된 지역에 새로 건설하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반도체 공장이나 IDC처럼 전력 소비가 많은 시설을 발전소 인근으로 이전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노동자와 관련 산업이 함께 이동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기존 도시에서 모색되는 대안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다.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결합 개념인데, 수소나 연료전지가 여전히 '신에너지'로 불릴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태양광·풍력·지열 등 재생에너지 역시 기대했던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시장 경쟁 구조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점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치의 경우 초기에는 값싼 중국산 자재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이후에는 전력거래소가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해 주는 구조 속에서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기술 개발보다는 설치 사업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업 구조의 불투명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사례도 있었다.

풍력이나 지열, 수열 등 다른 에너지원 역시 크게 확대된 수치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경제성과 정책 지원이 태양광만큼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성공 사례로 서울시청 신청사가 자주 언급된다는 사실이다. 이 건물은 겉으로 보기에는 냉난방에 비효율적인 유리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효율을 높이는 특수 유리가 적용돼 있다. 특히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해결하고 태양광을 통해 일부 전력을 공급하는 등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에너지 자립형 건물로 설계됐다. 준공 직후 지붕에서 눈이 떨어져 보행자가 다칠 뻔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시도는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오세훈 시장 재임 시기에 추진된 사업으로 민주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과거 산업화 시기를 떠올려 보면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했다. 당시에도 과다한 재정투입이나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그런 단계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정부도 이러한 구조를 보다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획일적인 보조금 중심의 지원보다는 지역 특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분산에너지 정책에서도 이러한 접근이 실제 성공 사례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서울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