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이 한 말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는 며칠 전 공식석상에서 이중국적을 가진 두 아들의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동시에 때가 되면 우리 군대에 보내겠노라고 다짐했다. 이 발언은 새 국적법 발의 이후 우리나라 각계 고위층 자제가 군 면제를 받기 위해 앞다퉈 국적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존스 이사장은 30여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돈도 벌고 혜택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정이며 책임이라고까지 설명했다.
국적상으로 그는 분명 미국인이다. 그런 그가 아들의 한국 국적을 지키기로 한 것은 혜택을 준 한국에 대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나왔다.
네티즌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감동스러운 노블레스 오블리주’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인’ 등의 격려글이 쏟아냈다.
과연 우리 대기업은 어떠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대기업 및 그룹총수 자제들의 병역 문제엔 관심없다. 그들이 군에 다녀왔는지 어떻게 면제받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대기업들 역시 수십년간 이 땅에서 기업활동을 하며 돈도 많이 벌고 혜택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그들은 얼마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을까.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심한 갈증을 느끼는 대상은 협력업체다.
대기업의 수직관계에 놓인 협력업체들은 하소연한다.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 요구 압력은 경제의 호불황과 무관하다고. 다른 경쟁업체에는 납품해선 안 된다는 식의 불합리한 요구사항도 불만 요소다. 이따금씩 공정거래위원회가 불합리한 도급관행 조사에 나서면 대기업이 부랴부랴 협력업체를 소집해 입단속을 시키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개운치 않은 모습이다.
최근 들어 대기업들이 상생을 주창하며 협력업체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약자 위치에 놓인 협력업체들의 불만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듯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상생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종적관계를 횡적관계로 전환하고, ‘나’가 아닌 ‘우리’의 경쟁력이 곧 세계의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에 속도가 붙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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