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휴대폰에 이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서도 우리나라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 개발해 지난해 8월 우리나라 휴대이동방송 기술 표준으로 정한 ‘지상파DMB 표준’이 유럽통신표준화기구(ESTI)에서 유럽 표준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은 그런 기대감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지상파DMB 표준은 유럽 디지털오디오방송(DAB)표준인 유레카-147을 기반으로 고속이동중에도 멀티미디어 수신이 가능하도록 우리 기술로 새롭게 개발한 것으로 기존 DAB에 비해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된 차세대 기술이라고 한다. 이런 우리 기술이 유럽 표준으로 정해진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통신·방송 융합기술의 하나인 DMB 기술 표준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원군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 이를 기반으로 우리 지상파DMB 기술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만 있다면 기술은 물론이고 관련 장비 시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지상파DMB 관련 업체들이 앞으로 유럽 등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만든 방송 기술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것은 처음이고, 그것도 휴대이동방송 본고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표준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지난해 말 월드DAB포럼의 표준으로 인정받아 사실상 국제 표준화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유럽 표준화 기구가 표준으로 정한만큼 우리 업체가 현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됐다. 또 새로운 기술 개발에 따른 특허권 행사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로열티 등 수익도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독일 바이에른주가 내년 독일 월드컵 때 지상파DMB 실험방송을 하기로 한 것에도 영향을 미쳐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당장 독일 월드컵를 통해 우리 지상파DMB 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국내 DMB업체들의 세계 시장 개척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번 지상파DMB의 유럽표준 채택으로 오는 2010년까지 유럽시장에 관련 장비를 수출할 있는 규모가 1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DMB 기능을 내장한 휴대전화 단말기 수출이 본격화되면 2010년 4954만여대, 139억달러로 불어날 세계 DMB단말기 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절대적인 우위가 확실시된다니 기대가 크다.
얼마 전에는 중국 IT시장을 상징하는 광둥성 및 베이징 지역 휴대이동방송 주도 기업이 우리의 지상파DMB 기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잇따른 이런 낭보는 세계 지상파DMB 시장을 우리나라가 개척하고 주도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새로운 기회는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잃지 않고 세계 지상파DMB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이 통상 통신서비스 규격을 복수로 채택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우리 지상파DMB 기술의 유럽 표준 채택도 그리 안심할 사항은 아니다. 현지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는 기술규격인 DVB-H와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DMB 관련 기술 우위를 계속 유지·확대하려면 방송·통신장비나 수신 단말기 등 하드웨어 측면을 넘어 프로그램 콘텐츠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분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에서 지상파DMB 서비스가 하루 빨리 시작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해 활성화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