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순간, 변기에 달린 칩을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가 체크되고 이것이 주치의에게 전달돼 약을 처방해 주거나 원격진료를 받도록 예약이 이뤄진다. TV 속의 모델이 입고 있는 빨간 셔츠가 마음에 들어 즉시 구매를 한다. 영화 속에서나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이은 제4의 혁명이라 불리는 ‘유비쿼터스’에 의해서 말이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편재하는’이라는 라틴어에 뿌리를 둔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모든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기술은 가정과 기업은 물론이고 국방·환경·행정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됨으로써 일상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IT분야의 모든 기술 개발이 유비쿼터스에 맞춰지면서 강력한 무선 주파수를 발산하는 깨알만한 크기의 실리콘 칩에 제품의 생산·유통·가격 등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무선 리더로 읽어 들이는 전자태그(RFID)가 그 핵심기술로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RFID와 관련해 많은 정보를 먼 거리에서 인식할 수 있는 기술과 소형화·저가격화를 이룰 수 있는 형태와 크기, 견고성, 부가적 기능에 대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IT 인프라를 보유한 나라답게 ‘한국적’ 상황으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미 RFID가 적용되어 본격 가동중인 곳도 있다. 제주국제공항은 국내선 수하물이 컨베이어벨트에 나올 때마다 승객의 항공기 좌석번호가 자동으로 스크린에 표시된다. 승객들은 자신의 수하물 도착 여부를 쉽게 확인함에 따라 수하물을 찾는 데 걸리는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수하물 위치추적 또한 가능해 물건을 잃어버릴 염려도 없다. 도착 전 수하물을 항공편으로 부칠 때 RFID칩을 부착해 놓았기 때문이다. RFID 전자칩이 부착된 수하물은 무선 주파수를 통해 공항 출발에서 도착까지 이동경로 등이 일일이 체크된다.
RFID 적용을 사용자가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백화점과 마트 같은 유통 분야다. RFID가 붙은 쇼핑 카트는 소비자 예산에 맞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주로 구입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안내해 준다. 또 계산대를 통과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진다. 소비자는 제품 구입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업체는 재고와 물류관리가 용이해진다. 국내 유통업체에서는 곧 이 같은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의 RFID 기술 개발, 표준화, 시범사업,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은 정부의 신성장 산업 정책인 IT839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주축이 돼 지난해 7월 1차로 조달청, 국방부 등이 참여한 5개의 시범사업이 시작된 데 이어 올 들어 RFID 기반 감염성 폐기물관리시스템 등 6개 과제가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IT기업들도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해 RFID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적용 범위가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분야로의 파생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RFID가 제대로 산업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우선 기술적인 신뢰도와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 철저한 사전 연구와 테스트를 거친 후 실제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 RFID 가격도 중요한 부분이다. 가격이 높지 않아야 더 빨리 확대될 수 있다. 보안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완벽한 정보보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적용 범위와 한계를 규정지어야 한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오류나 한계상황으로 인해 보급에 큰 장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위한 RFID 사업은 태동기에 불과하다. 지금 피어난 싹이 제대로 성장하여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은 모두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과장된 꿈을 꾸며 허상을 좇기보다 내실있게 ‘유비쿼터스 라이프’를 열어 가야 할 것이다.
◆오경수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 oks6012@ldc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