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한국영화가 기로에 서 있다

한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영화가 기로에 서 있다. 한 발짝만 더 뛰면 구름판을 딛고 뛰어올라 전세계로 비상할 수 있는데 구름판까지 열심히 뛰어오느라 지치고 남들보다 빨리 뛰어오다가 생긴 부작용에 걸려 구름판을 딛지도 못하고 자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영화는 외국인들도 인정하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계 2위의 영화 시장인 일본과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잠재력을 가진 중국에 한류라는 무기를 앞세워 문화적으로 침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장만 개방되면 이미 해적판으로 한껏 올려놓은 인지도 때문에 우리에게는 엄청난 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하다.

 산업이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위해서는 내실도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영화계 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영화산업 내 수익 불균형의 합리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매니지먼트사나 연기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요구하는 불평등한 조건을 포함, 산업 전반에 산재해 있는 불합리한 제도와 관례에 대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는 욕심내지 말고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공생해 산업을 발전시키자는 얘기다.

 산업 내 수익 불균형의 또 다른 예는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조5000억원에 달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7000억원대로 대폭 축소되고 몰락한 부가판권 시장을 들 수 있다. 비디오·TV 외에 DVD·케이블TV·위성방송·VOD 등 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가 시장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지만 시장 규모는 오히려 축소되는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한 불법 동영상이 주된 요인이다. 불법 동영상이 교환되는 P2P 사이트 등은 자신들의 노력 및 투자와 전혀 상관없는 영화로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또 극장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데도 불구하고 영화당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수익 불균형은 정부의 관심과 영화산업계의 자구적인 노력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잘된다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잘되는 시기를 위기로 인식해 자성의 노력을 하는 산업은 분명히 발전한다.

 외적·내적 요소가 자리를 잡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한 발짝을 더 뛸 수 있는 약간의 연료다. 물론 그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연료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많은 낭비도 했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변명을 할 수 있겠으나 정부의 투자 효과는 너무도 자랑스러운 결과를 낳았고, 많은 사람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정부지원이 없어도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계로 뛰어든 이동통신사들의 지원으로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화면에 혼자 숨어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과연 영화가 가진 예술성과 문화적 가치를 얼마나 존중해 줄 것인가’가 문제다. 게다가 몇몇 회사에 편중된 투자는 우월적 지위와 독점 가능성을 야기해 얼마나 산업발전에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또한 단기간 안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바로 발을 빼는 대기업들의 문화투자 경향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영화라는 것은 대기업의 수익성이나 경제논리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한 나라 국민의 주권인 문화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주권을 보호하고 살리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구름판이 바로 눈앞에 있다. 그 구름판을 딛고 힘차게 뛰어올라 세계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한 발짝을 더 디딜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문화콘텐츠는 사람이 원료다. 원자재를 외국에 의존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훌륭한 수출품은 없다. 결과물 격인 ‘한류’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그 원동력인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형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 jon@cinelo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