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영국의 통·방정책

[현장에서]영국의 통·방정책

영국은 EU 중심 국가면서 통신 정책 분야에서 세계를 앞서 간다. 따라서 영국의 통신 정책을 고찰해 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통신 정책의 방향은 시장을 믿고 규제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발신과 접속, 착신, 국제 로밍 등 3개 도매 시장만이 사전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비자 이익과 직접 관련되는 소매 시장에 대한 규제는 없다. 시장에 맡기고 필요할 경우 사후에 경쟁법을 적용하는 메커니즘이다. EU는 대신 유선 시장의 경쟁 활성화가 미흡하다고 보고 여기에 사전 규제의 초점을 두고 있다.

 정책을 만들 때 의사결정 프로세스 또한 흥미롭다. EU는 회원국이 25개다. 관련 통신사업자는 부지기수다. 단일 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욕심처럼 보인다. 그러나 EU는 해낸다. ERG라는 의견 조정 기구를 설치해 우수 사례를 도출할 때까지 대화하고 조정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정책 수립에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러 의견을 하나로 묶어 정책의 명분과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 영국 규제기관 오프컴의 규제 정책 결정 방법 또한 투명하고 제도화돼 있다.

 오프컴은 ‘7원칙’이라는 내부 지침을 통해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 사업자 의견 수렴 등을 중시한다.

 정보통신 규제 기관의 변신도 눈에 띈다. 2년 전 영국은 통신위원회를 비롯한 5개 중소 규제 기관을 통합해 오프컴으로 출범했다. 분산돼 있던 통신·방송 규제 기능이 컨버전스 추세에 맞춰 하나로 확대 개편됐다.

 오프컴은 내부 혁신도 단행했다. 민간 기업처럼 이사회를 설치해 이사회와 CEO 간의 파트너십 경영 체제를 갖춘 것은 그중 한 사례다. 컨버전스 환경에 맞는 규제 체제를 갖춘 데다 책임과 역할은 증대됐으며, 독립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해 관계자 그룹의 정책 참여 또한 합리적이다. 정책 결정은 엄격한 규제 원칙과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이뤄지며, 국가 이익은 우선적으로 중시된다. 보다폰이 내수 시장에 얽매이지 않고 세계 26개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다.

 유럽과 우리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 정책은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섣불리 어느 정책이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EU와 영국이 주는 몇몇 사례에 대해서는 함께 생각해 보는 것도 손해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조승원 SK텔레콤 CR전략실 정책개발팀 부장 chosw@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