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집 담보 잡혀가며 성사시켜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GPS모듈 시장에서 외산에 비해 성능과 기능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것은 기술력의 개가였다. 단순히 외산을 수입, 판매해 온 업체가 타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GPS 대당 모듈 가격도 8만원 대였으나 6만원 대로 떨어졌으며, 국내 다른 업체도 이 시장 진입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GPS모듈 개발분야는 자본력 및 개발인력만 있으면 가능한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였다. 6∼8개월 정도면 제품 개발을 완료, 경쟁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후발 주자와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한 이유였다. 기술적인 사항으로는 GPS모듈을 소형화해 저전력으로 전환하는 한편 LBS서버를 개발, 서비스까지 진행하고 해외시장 개척을 모색했다.
기술적으로는 우리의 CDMA 단말기 신호기술과 위치추적 노하우를 활용하고, 세계적인 GPS 칩세트 회사인 미국 서프사의 핵심서버 기술을 결합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서프사와 협력, 위치기반 LBS사업을 서둘렀다.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던 중 투자사와 협의한 결과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다각화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때 만난 것이 CDMA 방식의 WLL 전문업체인 엑세스텔레콤이라는 회사였다. 사업범위와 내용을 듣는 순간 내가 찾던 업체이며 나와 인연을 같이 할 회사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본잠식 45억원, 2003년 적자 104억원, 부채 100억원, 자본잠식으로 인한 퇴출위기, 자금압박으로 인한 유동성 부족, CDMA WLL 기술보유, 해외 영업망 12개국 보유이라는 세부자료를 받아보고 망설였다. 내부 실사를 해보니 적자와 부채는 개발로 인한 시행착오, 제품 연구개발 비용,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투자비용이었으며, 실질적인 제품판매에 대한 영업손실은 적다는 것을 알았다.
먼저 엑세스텔레콤의 1대주주인 코로마스펀드를 만났다. 합병 작업이 급진전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만 될 수는 없었다. 최대주주였던 한국기술투자가 합병을 반대했다. 이유는 부실업체라는 것이었다. 투자에 손실이 날 경우 배상하겠다는 의미로 우리집 담보까지 해주고 겨우 설득했다. 반대하는 기존 주주의 주식은 48억원의 현금을 동원, 매입했다.
직원들이 밤을 새워 연구한 끝에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해외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이에 따라 영업망도 확대했다. 국내 GPS 모듈 및 단말기 사업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와중에 우리회사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대만기업과 관계사인 한국업체의 부사장을 만나 WLL 단말기 프로젝트를 소개받게 됐다.
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정부 프로젝트였는데, 내가 소개받은 대만회사가 관련돼 있었다. 미국의 텔룰러, 중국의 화웨이와 우리회사가 최종 경합을 벌였다. 인도네시아 공급실적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유리했지만 문제는 단가였다. 다행히 중국업체는 성능에서 부적격이었고, 미국은 기술력은 있으나 가격이 문제였다. 마침내 두가지에서 이점을 가진 우리회사가 프로젝트를 따냈다.
지난 3월 본계약이 체결할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믿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3년간 4500억원의 대규모 WLL사업이라는게 믿지 못한다는 거였고, 우리는 1단계 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증시에서도 반응이 없었다. 과거 엑세스텔레콤의 부실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전 대주주였던 K씨의 횡령사건도 터졌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회사의 실적 및 과거 자산과는 관련 없고 시장에서도 이제는 잊혀진 듯 하다. 대만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앞으로 추가 프로젝트에서도 가능성이 높게 열려있다.
대만회사와 우리회사의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결국 합병시 예상했던 두 회사간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달성했다.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특히 해외수출부분에선 최근에 우리회사가 개발한 인터넷전화(VoIP폰)에서 볼 수 있듯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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