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돌아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주어진 시간의 반이 지났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짚고 넘어가는 빌미로 삼을 수는 있다. 집권 전반기 경제성과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듯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얼마 전 TV를 통해 후반기 통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전반기의 경제성과에 좋은 평점을 내렸다. 후반기에도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낙관적인 시각은 중요하고 실제 그런 시그널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후반기 과제에 대해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주문이 압도적인 것만 봐도 그간 국민 피부에 와닿은 경제가 얼마나 어려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고 주요 경제 주체인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경제가 완전히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강변해온 것을 감안하면 좋은 평가를 기대하는 것이 잘못이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반기 성과를 자평하면서 “경제가 나아진 게 없고 국민 피부에 와닿는 성과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고 시인하기는 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를 보완하듯 후반기 10대 역점과제를 발표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까지 했다.
우리 경제는 그 어느 국가보다도 대외환경에 의존적인 체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대외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우리 경기도 함께 좋아지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동안의 모습이다. 최근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전반기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불투명한 정책 등 주로 내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경제가 골병이 든 가장 큰 원인은 정치에 발목을 잡힌 탓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설득력이 더해진다.
물론 호황이 지나면 불황이 찾아오고, 반대로 불황을 이겨내면 호황기가 오는 게 상례다. 호경기만 기대할 수 없지만 불경기는 단축할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의 활동 여하에 달려 있다. 최근 우리 경제 사이클은 대통령 임기와 같다는 지적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대개 집권 초기에 경기가 좋아졌다가 후반기를 지나면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집권 초창기에 경제를 살리려고 부양책을 쓰지만 약효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권 시절엔 신경제 정책으로 경기를 부추겼고, 김대중 정권 때는 벤처 정책이 한몫 단단히 했다. 참여정부는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신벤처 정책이 그나마 약효를 발휘하고 있다.
이런 사이클은 바꿔야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참여정부의 후반기 경제활성화 정책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집권 후반기 출발부터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가 둔화국면에 들어섰고 유가 같은 채산성 변수들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다른 것은 제쳐 놓고라도 치솟는 국제유가로 인해 에너지 위기가 현실로 닥친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이제 군말은 필요 없다. 후반기 최우선을 두겠다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더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경제 올인’을 외치면서 사뭇 고조됐던 연초 분위기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보면 그것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경제 주체들이 활력을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남은 집권기간에 당장 경제를 살리려는 ‘정치’보다는 미래에 대비하는 ‘정책’을 기대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