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류촨즈 회장의 자신감(?)

강병준

 지난 1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숙소에서 만난 류촨즈 레전드홀딩스 회장은 IBM PC 사업 인수는 ‘대성공’이라는 말로 서두를 꺼냈다. 이질적인 두 회사가 결합하면서 거쳐야 하는 조직 갈등, 기업 문화의 충돌과 같은 우려했던 시행착오도 지금은 모두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지난 6월 결산 결과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매출 면에서 6% 성장해 레노버 브랜드는 PC산업계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중국 본토에서 수익률이 무려 50% 정도 성장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류촨즈 회장은 주지하다시피 ‘IBM PC 사업 인수’를 앞에서 지휘한 인물이다. 레전드의 전신인 ‘롄샹’을 지난 84년에 설립해 불과 20년 만에 세계적인 PC 브랜드 IBM의 싱크패드를 인수해 IT업계를 긴장시켰다. 지금은 비록 레노버 회장직을 당시 양위안칭 CEO에게 넘기고 지주회사 격인 레전드홀딩스 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그는 여전히 레노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하고 있다. IBM PC 사업 인수는 그가 추진한 가장 큰 ‘빅딜’이었다는 면에서 어쩌면 이런 평가는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불행히도 레노버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류촨즈 회장의 생각과 다소 배치된다. 아직도 레노버는 IBM과 ‘불안한 동침’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대만큼의 비즈니스 시너지는 나지 않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산업계에 널리 퍼진 ‘차이나 디스카운트’와 맞물려 오히려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IBM 싱크패드’에 역효과를 주고 있다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중국 내수용 업체에 그쳤던 롄샹을 일약 글로벌 스타로 만든 ‘깜짝 쇼’는 성공했지만 비즈니스 성패 여부는 오리무중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실 합병 1년의 레노버 그룹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평가할 단계가 아니다는 건 쉽게 말해 레노버그룹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이미 온 길보다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마치 PC시장을 거머쥔 것 같은 자신감은 자칫 오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인수·합병 자체도 기업의 사운을 거는 큰 비즈니스지만 오히려 인수합병 이후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류촨즈 회장이 언급한 ‘대성공’도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 차원의 말이기를 바랄 뿐이다.

컴퓨터산업부=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