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단말기를 개발하는 A사는 올 초 200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A사 사장은 “4분기에 접어든 현재로선 예상 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고 힘없이 말했다.
DMB계측기 개발전문 B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올 초 사상 처음으로 세 자릿수 매출을 기대했지만 결국 두 자릿수에 그칠 전망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DMB 단말기와 계측기 등 장비 업체들의 실적도 대부분 기대 이하다.
이들 기업은 당초 DMB라는 신규 서비스에 기대를 걸며 올 겨울이 따뜻할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 실망스런 실적은 처음부터 목표를 높이 잡은 탓도 있겠지만, 본방송 일정이 지연된 게 더 큰 이유다.
지상파DMB는 오는 12월 본방송에 들어간다. 일정이 늦어진 이유는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음영지역 중계망 구축방안에 따른 망식별부호(NIS) 도입 논란 때문이다. 당시 논란은 유료화 문제와 함께 맞물리며 사업자와 제조사 등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복잡하게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는 표준을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유료화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놓고 책임을 미루고 있었다.
극적으로 해결되긴 했지만 한때 연내 본방송 불가론까지 나오자 장비업체들은 한결같이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발 완료한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억울함은 더 컸을 것이다. 당시 혼선의 결과가 지금 DMB 관련업계의 실적악화로 고스란히 연결됐다.
정책당국이 정책의 일관성과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위해 발빠르게 대처하는 게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기대 이하 실적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는 여전히 DMB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나은 실적을 올릴 것이란 희망이 그것이다. 업계 한 사장은 “본방송이 시작되면 내년에는 훨씬 나아지지 않겠습니까”라며 각오를 다졌다.
사업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게, 믿고 사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떻게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해 나가는지에 달려 있다. 1년 뒤 내년 겨울에는 DMB 관련 업계가 웃을 수 있도록, 아니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IT산업부·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