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뭉쳐야 사는 중소 DTV업계

장지영

“원가만 건지면 팔고 보자고 덤빕니다.”

 중소 디지털TV(DTV)업체 사장들은 요즘 “머지않아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이 태산이다. PDP나 LCD TV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모니터와 셋톱박스 업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CCTV 제조업체까지 뛰어들면서 벌써부터 과당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지난해 10여개에 지나지 않던 중소 DTV업체 수가 올해 들어 30개를 훌쩍 넘긴 상태다. 이 같은 열기에 힘입어 중소 DTV업체들의 올해 수출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답답해진다. 많은 기업이 큰 이익을 보지 못하고 헐값에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잘나가는 기업도 영업이익률이 1∼3%에 지나지 않는다. 재고 걱정에 본전만 맞추면 팔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문제는 한때 수출효자로 촉망받다 1∼2년 만에 급속히 쇠락한 중소 LCD모니터업체도 이 같은 궤적을 밟아왔다는 것이다. 불과 3∼4년 전 30여개를 헤아리던 중소 LCD업체는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과당경쟁에 대만·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겹치면서 줄도산이 이어졌다. 이는 대부분의 업체가 과당경쟁과 대만·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취약한 OEM 수출구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업체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다는 것은 ‘가시밭길’로 진입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막강한 마케팅 예산을 갖고 있는 대기업과는 게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로미디어·커밍LCD 등 중소 DTV 4사가 의기투합해 ‘넥시스’라는 연합 브랜드를 만들어 공동 마케팅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중소 DTV업체들의 제3의 길’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당장 목돈을 만질 수 있는 OEM 수출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하지만 중소 LCD모니터업계가 그랬듯 쉬운 길만 선택하는 순간, 중소 DTV업체들의 침잠은 무섭게 시작된다. 이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중소 DTV업계의 지상과제는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