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인젠 임병동사장(3)](https://img.etnews.com/photonews/0511/051111114344b.jpg)
벤처 열풍은 순식간에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인젠의 사업아이템이 전망이 좋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었던데다 영업까지 잘되기 시작하자 바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던 재무상황이 급속도로 좋아졌다. 게다가 상당수 멤버가 연초에 이탈하면서 회사가 존망의 갈림길에 섰던 99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영업 호조 덕에 연간 순익까지 냈다. 게다가 2000년 2월 미국에서 일어나 대형 해킹사고를 기점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고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릴 듯 보였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인지, 역시나 어려운 문제들이 밀려들었다. 그동안은 자금과 영업문제였다면, 이제는 내부의 일들이 더 어려운 일이 됐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첫째는 창업 멤버 간 분배문제였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 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았고, 망한 것으로 간주했던 주식이 1년 사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르자 새삼 지분에 대한 요구가 거세졌다. 창업멤버들이 요구하는 지분을 다 주려면 나는 마이너스 15%가 돼야만 했다.
둘째는 창업 멤버들과 이후 기여자들 간의 정서적 갈등문제였다. 창업멤버들은 회사에 대한 소유의식이 강한 반면, 창업 이후 들어온 핵심 멤버들은 회사에 대한 기여도 면에서 자신들이 더 높다는 의식이 있었다. 게다가 주식이라는 성과물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창업멤버들과는 현격하게 다른 결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것이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대우였음에도 말이다.
셋째는 조직규모 확대에 따른 조직화의 문제가 있었다. 창업시 학생 포함 6명이었던 직원수가 2000년 초에는 20명을 넘어섰고, 사업이 확대되자 직원은 급격히 늘어나서 연말에는 70명선에 달했다. 문제는 창업멤버든 새로이 들어오는 직원들이든 사회경험, 조직경험이 많지 않았고, 특히나 사장인 내가 조직경험이 적은 것도 문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 과대하게 인정받은 것이었는데, 그렇게 성과를 가지고 싸울 때가 아니었음에도, 앞으로 달려가기보다는 분배라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회사의 에너지가 많이 쓰인 점은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일이다.
벤처기업이 성장해가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성장통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성장단계별로 조직구성 방식이나 조직원들에 대한 성과보상체계를 잘 만들어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한데, 교과서처럼 정형화된 방향제시가 어려운 일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더 크게 겪었던 것 같다.
어쨌든 조직적인 문제이든, 사업적인 문제이든 어차피 일어난 일은 빠르게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내부적인 문제들을 정리하고, 보안사업 2단계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분배문제 정리, 임원 영입 및 조직정비, 차세대 아이템 준비, 기존 아이템 품질정비 등을 시행했다.
창업멤버들에게는 합의해 주식을 분배했고 나중에라도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회사키우기에 전념키로했다. 회사를 키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던 비창립 멤버들에게도 주식을 나누어 주는 등 나름대로 보상을 하려 노력했다. 또 조직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조직 분야별로 10년 정도의 경력도 있으면서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분들을 영입해서 조직체계를 짜 나갔다.
마침 제품의 품질도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되고 고객의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었기 때문에, 99년에 이어 2000년에도 다시 한번 6개월간 영업을 제한적으로 진행하면서 R&D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도 시작했다. 99년에 선도적으로 시작했던 보안컨설팅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서 컨설턴트를 확보하면서 컨설팅방법론을 정비해갔고, 차세대 아이템으로 유망해보이는 통합보안관리시스템(ESM)사업을 시작했고, 보안관제사업을 위해 카포넷을 만들면서 사업의 2단계를 준비해나갔다.bdlim@inz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