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부품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다수의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 관료, 정부부처 산하기관장, 대기업 임원 등 국내 부품산업을 쥐락펴락하는 파워 엘리트들이 한자리에 모여 다양한 발전 방안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 참가한 주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앞다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든지 ‘고용 있는 성장과 사회통합의 주역은 중소기업’ 등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미사여구가 등장했다. 과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상생의 길은 무엇일까. 휴대폰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보면 그 실마리가 잡힌다.
이 중소기업은 휴대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세계에서 처음 전혀 다른 소재로 개발, 제조 원가를 절반 정도 줄였다. 국내 전자 대기업의 성능 평가를 거뜬히 통과하고 납품을 시작했다. 장밋빛 미래가 보이려는 순간, 제품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넘겨 달라는 대기업의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부품 공급업체를 단독으로 두면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기존 공급업체에 그 기술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 사장은 기가 막혔다. 기술을 주는 대신 다른 전자업체에 이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대안은 일언지하에 거절됐다. 결국 그 사장은 울며 겨자먹기의 심정으로 개발 노하우를 전해줬다. 이유는 하나다. 기술을 안 주면 판로가 막히기 때문이다.
중소 부품업체가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대기업에 예속되는 상황에서 상생 운운하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와 다름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부품·소재 업체의 경쟁력은 범용성에서 나온다. 한 업체에 목이 매여 있지 않고 최고 수준의 제품을 아무에게나 판매한다. 그 토양이 무라타와 교세라·로옴 등 세계 부품업계를 좌우하는 업체를 만들었다. 이 차이가 아무리 일본업체를 따라잡겠다고 외쳐도 늘 뒤처져 있는 우리나라 부품·소재 업계의 현실을 만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그 해답은 중소 부품업체가 잘 알고 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