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나 송승헌이 아니야?

[열린마당]나 송승헌이 아니야?

요즘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국 식당에서 현지 말레이 사람이나 화교들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 ‘대장금’의 폭발적인 인기가 중국 대륙과 홍콩 등을 거쳐 말레이시아까지 상륙한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의 한류(韓流) 붐은 한 남성 듀오가 드라마 ‘여름향기’의 인기에 힘입어 ‘난 송승헌이 아니야(我不是宋承憲)’라는 대중가요까지 발표했을 정도다.

 가사도 매우 이채롭다. ‘늘 우리 사이엔 한국 드라마 같은 장면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넌 내게 하루 종일 널 업고 맨발로 해변을 거니길 원하지/난 송승헌이 아니야…’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및 말레이시아·필리핀 국빈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일 말레이시아 느그리 슴블란주의 세렘반 삼성복합단지를 시찰하고 현지 직원들이 현지화 전략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데 대해 격려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세렘반 삼성복합단지는 삼성전자(TV·모니터·전자레인지), 삼성SDI(브라운관), 삼성코닝(전자정보소재) 3개사 4개 생산법인과 40여개 중소협력업체가 진출해 있는 곳이다. 이 복합단지의 지난해 매출은 18억달러. 매출 기준으로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

 이번 아세안+3 정상회담 기간에 논의한 정보기술(IT) 분야 의제는 △유라시아 국제기반망2 협력(TEIN2 Trans Eurasia Information Network 2) △정보통신활용교육(ICT) 인력 교류 △초고속인터넷 구축 협력 △동아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ICT 협력 등이다.

 이 가운데 우리가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동아시아 공동 번영을 위한 ICT 협력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세안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기본조약을 체결한 것처럼, 개별 국가들이 서로 윈윈하는 연장선상에서 정보접근 기회의 공유에 대한 요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우리 기업이 말레이시아 경제에 기여하고 있듯, 정보통신기술도 자국의 이익 추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아시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의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사실은 이제 세계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IT 코리아의 이미지가 널리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이에 상응하는 책임과 요구 역시 많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IT 기여도는 아직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미국 국제개발청은 ICT 분야 개도국 지원액이 연간 4억4000만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으며, 일본도 글로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150억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G8정상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

 반면 우리의 해외공적원조(ODA) 규모는 유엔 권고기준의 10분의 1에 불과하며, 우리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유사한 그리스·포르투갈·뉴질랜드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특히 한국은 아일랜드와 더불어 OECD 국가 가운데 IT수출 특화도 1, 2위를 다툰다는 점에서 각종 정보통신 협력 요구를 뿌리치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개도국 정보접근센터 구축, 해외 IT전문가 초청연수 사업,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운영 등의 글로벌 정보격차 해소 사업을 이미 수년 전부터 전개해 오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만 보더라도 지금까지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필리핀 4개국에 정보접근센터를 구축했고, 33개국 IT정책 담당자 1220명이 선진 IT를 연수받고 돌아갔다. 해외 인터넷청년봉사단도 16개국 717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많은 지한파, 혹은 친한파 인사의 IT 네트워크가 구성됐다. 13일에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주재로 초청 연수생 출신의 말레이시아 IT 담당자 30여명이 모인 동창회(IT협력간담회)가 열린다.

 아시아 지역의 공동번영과 관련, 한국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