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경협 이제부터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경협사업의 새로운 출발점이었다면, 2005년은 남북경협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되던 경협사업이 정부 차원의 경협으로 확대되면서 남북경협의 정치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를 토대로 개성공단 시범사업이 본격화됐고,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남북경협사업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대북 관광사업이 대폭 확대됐고, 인천·강원도 등이 지자체 차원의 남북경협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숙원사업이던 이산가족 영상상봉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개성공단과의 직통전화도 곧 개통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올해는 IT협력 분야에서도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합의는 또 한번 평화공존에 대한 희망을 가져다준 바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정치적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개혁·개방정책과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북한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성공단사업 외에 중국과도 활발한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북한은 훈춘시와 라진항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남북-중국-러시아-일본을 잇는 무역항을 건설하는 데 착수했다. 최근에는 북한과 중국 훈춘시가 북측 류다섬에 국제 자유무역시장을 공동으로 개설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 회담을 통해 북핵 위기가 진정되고 개성공단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성공단을 다녀간 외국인 방문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일본·유럽 등 25개국 109명의 투자자·기술자·바이어 등이 개성공단 방문을 목적으로 초청장을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의 합의는 향후 남북경협사업의 질적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 제10차 회의에서 남북은 쌍방의 자원·자본·기술 등 경제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경제협력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경협사업이 기존의 일방적 지원, 단순교역 또는 위탁가공교역 형태의 경협사업에서 벗어나 점차 상호보완적 형태의 투자협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개성에 설치된 남한 최초의 정부기관인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는 향후 남북경협사업의 제도화와 신속한 경협업무 처리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정보 제공과 거래 지원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대표단 교환과 실무연수 등 경제분야 인적 교류 활성화 기능까지 담당하게 됨에 따라 더욱 다양한 남북경협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대북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교역업체들도 내년도 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수행한 남북경협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교역업체의 남북교역 전망지수가 141.0으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6개월마다 산정되는 전망지수는 현 상황을 100으로 두고, 향후 전망이 최상이면 200, 최악일 경우 0으로 설정한다. 이번 조사결과는 2003년 11월(교역업체 129.6) 이후 최고기록이다. 남북교역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조사에서는 손익분기점에 있는 업체가 45.6%이고, 이익을 보고 있는 업체는 34%, 손실을 본다는 업체가 19.7%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남북경협사업이 수익성 측면에서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많이 안고 있다. 우선 각종 인프라의 신속한 확충이 절실하다. 사회간접자본을 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더라도 인프라 확충을 위한 노력을 더욱 가속화하고, 다양한 자본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제도적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로서 투자관련 행정절차 및 통행·통관절차의 간소화를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또 남북경협사업을 다양화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대외 신뢰도를 제고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북한의 개혁·개방정책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북한 및 주변국을 설득하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조민래 SK텔링크 사장 mlcho@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