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기에 놓인 `ICT 공교육`

 현재 초·중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활용교육이 유명무실해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에 대비해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면서 컴퓨터 교육을 비롯한 ICT 교육 시간을 대폭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T강국으로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정보통신윤리 교육을 포함시켜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ICT 교육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줄이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도 보통 있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는 방안이라면 분명 재고해야 한다.

 물론 ICT 교육 시간 축소 방침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에 관한 연구 위탁을 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편 시안으로 내놓은 것에 불과하고 아직도 연구중이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과정평가원이 연구해온 교과과정 개편안을 교육부가 거의 받아들여온 점을 감안하면 이 시안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교육부가 현행 월 1회인 주5일 수업을 내년부터 월 2회로 늘리기로 방침을 정해 교과 시수, 즉 수업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이 교과 시수 축소에 반대하고 있어 공통 교과 수업시간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또 현행 수업 시수를 유지하기 위해 평일 교과 시수를 늘리는 것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정부가 그나마 학부모들과 교사들의 반발 없이 무난히 추진할 수 있는 것은 학교장 재량 활동 시간을 줄이는 형태라고 본다. 교육과정평가원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재량 활동 시간을 줄이는 형태로 시안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충분히 이해는 한다.

 하지만 교육과정평가원의 시안처럼 재량 활동 시간을 1시간으로 줄일 경우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창의성 교육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인성교육, 성교육 등 각종 교양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봐야 한다. 특히 지난 2000년 교육부가 내놓은 ICT 교육활용 지침에 따라 재량활동 시간 중 주당 1시간 할애를 의무화하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ICT 교육도 사라질 것이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1시간으로 줄어든 재량활동 시간에 컴퓨터 대신 악기 등 특기 적성 수업만 진행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ICT 교육도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사교육 분야에 그 기능을 넘겨줘야 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해놓은 학교 컴퓨터 교육 장비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우리나라가 먼저 올바른 사이버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인터넷 보급률 1위 국가다운 모습이다. 최근 인터넷 역기능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초·중등 과목에 정보통신윤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IT 기반 교육과 소양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기에 IT 기반 교육과 올바른 사이버 문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ICT 교육 기회를 없애는 것은 시대에 역행함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교육부와 정보통신부가 교육 정보화 및 정보통신윤리 교육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이런 점을 감안하면 초·중등학교에서 ICT 교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재량활동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과 시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선호도가 낮은 기술·가정 과목 등에 ICT 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ICT 공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국가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