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개방형 전략, 더 강화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0512/051219114902b.jpg)
그 어느 때보다도 군사·외교·기술 등의 분야에서 자주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 역사가 대외 의존적으로 이어져 온 것에 비춰 볼 때 모든 분야에서의 빠른 성장을 기초로 한 자신감의 한 단면으로 이해된다. 이런 자신감은 나라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이런 자신감에 찬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다. 한 가지 우려는 이런 충천하는 자신감이 폐쇄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협력과 개방적인 전략은 부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럼으로써 개방적으로 협력할 게 생기고 결과물에 대해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터득하는 것을 자주 본다. 이는 개인에게도, 국가적인 전략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IT분야에서 지급하는 대외 로열티가 급증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뉴스를 접한 일이 있다. 그러나 해외 로열티 지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 왜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급하는 로열티가 급증한다는 것은 이를 토대로 개발·생산한 IT 수출 또한 엄청나게 증가함에 따라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다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수출물의 일부에는 남의 노력이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그 부분을 낮추기 위해 기초과학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려야 하는 것은 또 하나의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인 투자 없이 짧은 기간 안에 고도 성장을 이루고 주요 IT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개방적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자주가 폐쇄로 바뀌게 되면 그동안 쌓아 놓은 탑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비교적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한국보다도 떨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으나 80년대 이후 자체 기술이 발전할수록 폐쇄에 가까운 정책을 펼친 결과다. 세계시장 전체를 주도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을 가졌던 정부나 해당 기업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이런 정책으로 자국 시장은 지킬 수 있었겠지만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이런 뼈저린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대외 기술에 대해 우리보다 오히려 더 개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CDMA기술 도입 경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CDMA를 꼽는 이유는 CDMA가 우리 기술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일기술이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이동통신의 확대 보급을 위해 디지털 이동통신 기술을 검토하던 시기에 CDMA는 아직 완성도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상용화를 결정함으로써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폭제를 마련했다.
그 결과 우리도 CDMA에 관한 한 강국이 돼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시장에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로 지급하는 로열티가 높다는 이유로 이러한 협력 모델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계약 조건을 개선하는 노력은 계속하더라도 개발 모델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향후 기술발전 전략으로 정당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쉽게도 시대적인 조류와 함께 이러한 거부감이 산·학·연뿐 아니라 기술 관료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아 기술 자주를 넘어 폐쇄로 넘어가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가 아니라 ‘우리 것만 좋은 것이여’가 된다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
◆ 김홍진 에이치앤파트너스 사장 hjkim@hjpartn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