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글로벌 한민족을 향하여

[통일칼럼]글로벌 한민족을 향하여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세계 화상(華商)회의가 개최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화교 네트워크와의 경제적인 연계를 구축하려 했었다. 동남아 국가에서 화상의 경제적 지배력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인들보다 더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진 민족은 아마도 유대인들일 것이다.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하나씩 정권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특히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많은 중앙아시아의 연방국에 우리 민족, 고려인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됐다. 또 두만강과 압록강 너머에는 한국말을 쓰는 조선족이 수백만명 살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각인돼 있는 근면이라는 코드는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그 사회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게 하고 있다. 나는 우리 민족이 지난 역사 동안 민족사의 수많은 위기를 헤쳐 나온 저력이 이제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기회를 맞고 있다는 생각한다. 바로 이 한민족 네트워크의 한 축에 북한이 있다. 폐쇄된 한반도 북반의 사회가 개방되면 물리적으로도 가장 활발한 교류를 가능케 하는 육로가 열리게 되고, 정서적으로도 구 사회주의 경험을 공유한 북한은 고려인과 조선족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 경쟁의 종료, 정보기술의 발전, 물류의 혁신과 무차별적인 자본의 이동을 통해 이제 세계는 하나의 울타리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이미 그 전초단계로 유럽연합·북미 FTA·아세안(ASEAN) 등을 통해 세계는 블록화되고 있다. 나는 통일을 구 소련연방, 중국 동북 3성과 한반도를 잇는 민족복원을 위한 동맥연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통일되지 않는 한, 우리 민족은 아무리 노력해도 한 발에 북한이라는 무거운 짐을 달고 세계와 경주하는 것을 언제라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면에서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무한경쟁의 세계에서 우리 민족, 우리나라 그리고 나와 우리 후손을 위해 필수적으로 이루어내야 하는 민족사의 과제다.

 그런 면에서 통일은 정부의 한 부처에서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고 말고의 문제가 되어서는 소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통일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주요 목표로 검토되고 추진돼야 한다. 정치계는 북한의 자치와 인권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경제계는 어떻게 북한을 자유경제체제에서 경쟁력 있게 재편할 것인지를, 과학기술계는 남북한의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 분야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할 방안을, 문화계는 이질화된 두 그룹, 더 나아가서는 전세계 한민족의 다양화된 문화를 포용하는 방안을 각각 고민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는 그것이 우연히 순식간에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고통이 따르게 된다. 해방과 독립이 주로 외부 환경에 의해서 우리에게 주어졌을 때 겪었던 해방 후 혼란과 정체성 혼돈의 경험이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통일은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노력해 이루는 것이 돼야 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실망스럽고 지지부진하더라도,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더욱 통일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에 대한 고민은 바로 오늘의 문제이기보다는 미래 세대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울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남한이 고령화 사회, 저출산 사회를 벗어날 가능성은 없다. 얼마나 많은 짐을 우리의 다음 세대가 져야 할 것인지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래서 오늘의 세대가 민족의 미래를 내다보고 결연히 투자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10여년간 산업 인프라 초석을 놓았던 것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듯이 이제 2000년대 우리는 북한, 중국 동북 3성 그리고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민족의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거꾸로 그려놓은 세계지도를 보면서 대양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민족의 기회를 다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분명 우리 민족은 넓은 유라시아 대륙에 뿌리내린 기마민족의 창의성과 도전정신으로 21세기를 우리 품안에서 소화해 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글로벌 한민족, 그 네트워크의 구축에 북한을 초대하는 것이 바로 미래지향적인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산 (주)다산네트웍스 부사장 sslee@dasan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