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해진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날씨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느낀다. 삼한사온이 뭐냐고 묻는 딸아이의 질문이 당황스럽기조차 하다. 하지만 삼한사온의 날씨를 겪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있어선 삼한사온이란 말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하 10도의 맹추위가 2005년 세밑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여기에 하늘까지 구멍이 뻥 뚫려 아름다운 함박눈이 이제는 진저리가 날 정도다. 한 길이 넘는 눈 앞에서 어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캐럴이 도시의 거리에 크게 울려퍼질수록, 시골에 사시는 큰아버지 큰어머니의 가슴은 더욱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날씨만이 아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는 지난 잘못된 과거의 음울한 망령을 털어야 하는 고약한 상황을 맞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수많은 장애우와 이제 이공계 출신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어 보자고 외쳤던 사람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겼다. 온 국민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설마설마 하며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황 교수 관련 기자회견에 시선을 고정시켰고, 그때와는 정반대의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그래도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불을 그었을 때처럼 우리나라가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원천기술은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기대고 싶은 요즘이다.
매서운 한겨울의 눈보라가 몰아쳐도 우리 선조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바로 3일 후에는 거짓말처럼 날씨가 풀릴 것이라는 믿음도 한몫 했을 거라고 본다. 갑자기 삼한사온의 날씨가 언제부터 사라졌지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요즘은 매서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희망보다는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풀리겠지 하는 자포자기 심정이 더 크다. 그러나 삼한사온이 없어진 겨울이라도 반드시 따뜻한 봄이 온다는 것은 아직까지 진실이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더라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날씨가 아닌 마음의 삼한사온을 우리의 가슴에 담는 노력을 해보자.
양승욱부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