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민영화

 특정분야에서 공기업이 만들어지는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거나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을 경우가 그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분야가 전매·철도·전기·수도·통신 등 기간산업이다. 공기업의 시작은 미국의 경제공항 이후다. 당시로서는 정부의 개입과 통제가 필요했고 케인스의 수정자본주의론이 그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 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기업활동의 자유 방임이 강조되면서 공기업의 단점이 하나둘씩 들춰지게 된다. 막대한 자본력과 신용도, 독점적 지위 등을 이용한 기업 외형의 공룡화가 그것이다. 당연히 공정 경쟁은 무력화되고 그 폐해는 유관산업에까지 이어졌다. 공기업의 민영화가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민영화는 정부의 시장 통제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효율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세입의 증대와 자본조달 시장의 저변 확대도 마찬가지다. 물론 공기업 민영화는 장점 못지않게 그 자체로서 단점도 많다. 이미 공룡화된 기업이 정부의 통제 없이 그대로 독점 기업화해 버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간 산업이 담당해야 할 물가조절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취약 계층을 고려한 요금체계나 공공부문 투자 등 공익성 배제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사례가 바로 KT다. KT는 공기업 20여년 만인 지난 2002년에 민영화가 이뤄졌다. 요즘 KT 사람들을 만나면 “공기업일 때는 시장논리에 충실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더니, 민영화 이후에는 공익성을 간과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볼멘소리다. 이런 와중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최근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년여의 민영화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긍정적’이라는 표현에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을 터다. 부정적인 근거를 어디에 두는가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것이 공익성 훼손과 같은 공기업적 속성이라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민영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그 속성으로서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일 것이다.

 IT산업부·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